<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l 대화에도 타이밍이 있다.
그동안 여러 번의 톰과 제리 같은 엄마와 딸의 옥신각신 속에서 캥블리 아빠도 참다 참다, "이제 그만 좀 해!!"라고 엄마와 나에게 경고를 주기 시작했다. 그만큼, 서로 챙겨줄 땐 챙겨주어도 싸울 땐 극심한 대립각을 새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날이 선선해져서 인지 캥블리 엄마는 자꾸 대화를 걸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내색을 한다. 눈치와 촉으로 세상을 사는, 눈치 전문가 캥블리씨는 엄마가 뭔가 "대화하고 싶은 모양이군.."이라면서 그동안 서운했던 것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유머롭게 말하니, 엄마는 배가 아프다고 배꼽을 잡고 "깔깔깔"웃으며 하던 요리도 멈추고 웃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ㅎ.ㅎ
그 유머의 주요 내용은, 어떤 이가 말하는 추억은 낭만이 되고, 딸 캥블리가 말하는 추억은 지지리 궁상이 된다며 블리가 그동안 쌓인 서운한 마음을 엄마에게 애교롭게 따져 말했다. "왜 그 사람들의 추억은 아름다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내가 말하면 과거에 빠져있는 지지리 궁상으로 만드는 고야 ㅠ.ㅠ? 어우, 난 추억도 회상하면 안 돼!!☞☜"라면서 엄마가 대화를 할 때 약간, 나에게만 야박하게 굴었던 점을 짚어 말하니 찔리기도 하면서, 애교를 부리면서 말하는 딸의 모습이 웃기기도 한 모양이다. 이 기세를 더 몰아붙여, 계속 계속 웃기게 엄마와 대화를 해 드리니, 엄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내가 언제 그랬어..ㅠㅠ♥"라면서 눈물 나기 직전까지 웃고 계신다. 그렇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내니, 이제는 저녁이 되면 먼저 와서 대화를 하고 싶은 가보다.
블리 맘: 블리야, 비타민 C가 몸에 좋대.
식탁에 있으니까 챙겨 먹어.
블리: (아직은 엄마와 이렇게 마음 터놓고 지내는 게 약간 타이밍 아님)
흠..
아직은 마음 풀린 거 아니니까 잘해주지는 마..
블리 맘 & 안방에서 듣고 있는 블리 파파: 푸하하 하핳ㅎ.ㅎ
아직은 잘해주지 말라고?!!
오늘 블리가 아빠랑 엄마를 여러 번 웃겨주네ㅋ.ㅋ
이렇게, 대화를 하고 엄마와 즐겁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아직은 마음속에서 내가 먼저 쌓였던 감정에 대한 것들을 스스로 토닥토닥 다독여주고 난 뒤에 마음이 녹게 된 상황에서, 엄마의 예쁜 제안과 마음을 수용할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장르로 말하면 나 혼자 먼저 조금은 우아하게 화를 삭히도록 조용한 탱고를 추면서 나 스스로 기분도 달래고, 리듬도 탄 후에 마음이 이제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내키는 순간에, 엄마의 예쁜 제안과 마음을 받고 싶은 기분인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나도 그에 맞는 진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조금 빠른 템포의 디스코를 함께 추자고 제안 하는 것 같아서, 리듬도 다르고 빠르기도 달라서 약간 주저하게 된 것이었다. ㅎ.ㅎ 사람마다 마음의 응어리나 화딱지를 제거하고 회복하는 속도도 다르고, 방식도 다양하니 이 점은 엄마가 이해해주었으면 했다.
이렇게, 엄마와의 갈등과 화해, 대화와 일상을 지내다가 '마음의 회복 시간'을 경험하게 되면서 블리씨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나도 문득, 인간관계를 할 때, 나는 좋고 잘 지내고 싶은데 타인의 템포를 고려하지는 않고 나만 빠르게 다가갔던 적은 없는지, 또 사과를 한다고 했는데 나만 마음이 풀려서 먼저 상대방의 마음이 열리지도 않는 순간에 나만이 만족한 사과를 한 건 아닌 건지, 또 나의 감정만 앞서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어낼 줄 몰랐던 적은 없는지를 떠올리게 되면서 조금 더 세심할 수는 없었나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해보게 되니 앞으로도 사회생활을 하거나 좋은 이웃을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의 템포와 타인의 템포를 잘 맞추며 조화로운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의 마음을 남겨본다.
*<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법 시즌 TWO>, 아직 마음 풀린 거 아니야, 잘해주지마 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