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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06. 2021

숫자의 상대성: 팩토리얼로 본 나의 삶

블리가 생각하는 수학, 숫자, Value | 공감에세이

* 휴식중, 지구별에 선물드립니다. -우주요정- *


[ 0, 1, 2, 3, 4, 5, 6, 7, 8, 9 ]

-십진 체계의 10개의 숫자-



10대에 좋아한 숫자 '9' 와 '8'

십진 체계의 숫자를 나열해보았다. 숫자에 대하여 심도 있게 생각해본 적 있는가? 나는 어렸을 적엔 9라는 숫자를 좋아했다. 평균 90점 이상의 삶이 좋았다. 90점 이상의 점수가 많이 찍힌 성적표를 들고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정말 행복했다. 친구들,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인정도 좋았다. 공부를 잘하면 친구들이 집중력도 좋고, 점수도 높다고 항상 칭찬을 해주며 인정해주었다. 친구들의 칭찬이 그리워진다. 그렇게 상위 9% 안의 성적으로 전교등수를 기록하면 그 성취감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오랜시간 '9'라는 숫자가 내게 허락되었고, 나는 그 허락된 '9'라는 숫자를 좋아하였다.


유치원, 초등, 중등 시절의 행복감은 99.9%였다. 나는 어린 시절에도 크게 사춘기라고 할 것 없이 불만과 원망이 없었다.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건강하고 원만한 교우관계에 감사하였고, 종종 인생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기쁨들에 감사하며 큰 기복이 없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고등학교를 가서부터는 조금 심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이 시절 역시 20대 후반의 좌절과 번민을 생각하면 80%에 행복에 가까운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대에 좋아한 숫자 '0' 과 '1'

그렇게, 성장한 나는 '0'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자본주의의 요정이 되었다. 통장에 10만원, 100만원을 보면 행복했다. 그 이상이 입금되어도 더 좋다고 느낄 만큼 '0'이라는 숫자는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100,000원, 1,000,000원… 이렇게 '0'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나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나의 심리적 안정감은 더 커져갔다. 엄밀히 말하면 '0'이라는 숫자 앞에 '1'이라는 숫자가 있으므로, 0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고도 할 수 있겠다. 1이 없는 0들의 나열은 통장에서 의미없는 인쇄 기록으로만 남아있을테니 말이다.


20대에는 유난히 1위, 1등, 1%의 행복, 1%로 분류되는 상위의 가치를 선호해왔던 것 같다. 무엇이든지 목표를 정할 때 나의 현실적인 상황, 위치는 고려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최고의 가치와 최고의 목표들에만 매달려왔던 나의 어린 모습들. 지금은 1위가 되지 않아도 나 자체가 우리 가족의 명품, 우리 식구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며 예전만큼 '1'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괴로움에 빠트리며 살지 않고 있다. 순위로 단정지을 수 없는 뜨거운 20대를 보낸 열정의 노력을 했기 때문일까? 이제는 건강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나 스스로를 보석으로 생각하며 순위에 억눌리고 짓눌리는 삶을 살지 않으려고 한다.


30대에 좋아할 숫자 '2'와 '7'사이 :2,3,4,5,6,7 l +숫자기호

이렇게 보면, 10대와 20대에는 십진 체계의 양 극 단의 숫자만 좋아한 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게 내 성격이기도 하다. 나의 성격에 중간은 없다. '최고'가 아니면 '아예 하지를 말자'라는 식의 최고에 대한 욕망과 완벽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삶을 지향하여 왔다. 그렇다보니 중간에 놓인 2,3,4,5,6,7의 매력은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중간에 놓여있는 중간의 미학도 느끼며, 삶의 중간지점의 다양한 경험들도 하나, 둘 쌓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숫자와 더불어 숫자의 기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인생을 설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양의 방향으로 가야할지, - 음의 방향으로 가야할지, 슬픔을 ÷나누어야 할지, 기쁨을 x 곱하여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삶의 철학들과 방향성에 대하여서도 과거보다는 무게감있는 태도로 잘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삶 속에서 내제되어있는 인문학적 요소들을 수학의 법칙에 따라서 때로는 조금씩 정의를 내려 나의 삶도 정리하며 살 수 있는 삶속에서의 수학자가 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수학공식이다.수학에서 '!'* 팩토리얼의 기호는 느낌표가 아니라 숫자의 연속 곱셈이었다.



n!=n×(n-1)×(n-2)×…×4×3×2×1

7!=7×6×5×4×3×2×1

4!=4×3×2×1



Life이라는 미지수!=life×(life-1)×(life-2)×...×4×3×2×1

나의행복!=글쓰기로 의미찾기×포스팅×지식나눔×소통×1

나의슬픔!=캥거루족 소속×가족과의 갈등×애매모호한 연락×1


-팩토리얼의 개념을 빌려 정리해본 행복순열, 슬픔순열-



서두의 십진체계를 보면서 나의 삶의 가치를 한장의 글로 정립해보니 정말 극단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를 통해서만 봐도 나의 삶을 정리할 수 있어 신기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한편으로는 중간의 숫자의 매력을 모르고 살아온 내가 불쌍한 느낌도 든다. 남들은 2,3,4,5,6,7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을 때 나는, 0,1,8,9의 맛만 보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니, 정말 안타까운 모습 아닌가? 그래도 이제는 중간의 숫자의 맛과 삶의 기호들을 고려하여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으니 그렇게 외롭지는 않다. 위에서 열거하였던 스스로의 삶의 팩토리얼을 정립하면서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겠다. 그렇게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정립해나가면서 내 삶속에서의 중요한 덕목들을 하나, 둘 늘려나아가고 줄여나가는 '삶 속의 수학자'가 되어보아야겠다.



팩토리얼 [!]: 확률에서 가끔씩 연속된 수를 곱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수학자들은 이런 경우에 간단하게 쓰는 표기법을 만들었고 팩토리얼이라고 부른다.

n팩토리얼은 n!이라고 쓰는데, 다음을 말한다.

n!=n×(n-1)×(n-2)×…×4×3×2×1

따라서 4!=4×3×2×1=24이고 6!=6×5×4×3×2×1=720이다.

팩토리얼은 순열과 조합의 계산을 쉽게 만든다. (참고-다음백과: 팩토리얼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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