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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18. 2021

1-4.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

■원피스로 가리워진 책 1-4화 l 마약 빼고 다해보았습니다.

1-4.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



 마약 제외, 모든 날라리 짓 다했다. l 너같은 딸 안 낳을래

고등학교 선생님께서는 내가 ‘학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블리야, 좀 재미있게 좀 살아”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당시에는 그냥 웃으면서 “네, 선생님”이라고 답변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되었다. 나 정말 내인생 재미없게 살고 있는 걸까?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데 뭔가, 멋지게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억울함도 들면서. 청춘을 이대로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대가 되어서는 하고 싶은 일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정말 재미있게 그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1. 피어싱 하기

2. 단체 미팅하기

3. 코 필러 맞기

4. 멋 부리기

5. 바다 놀러가기

6. 내일로 여행하기

7. 해외 여행하기

8. 대외활동 하기

9. 엄마몰래 외박하기

10. 수업 빠지기,결석하기


10대보다 무척이나 과감해지고 대담해졌다. 어떤 남자친구는 ‘나는 너 같은 딸 안낳을래’라며 나의 자유분방하고 용감무쌍한 행동들을 평가(?)하곤 했다.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고 즐겁게 활동했다. “재미있게 좀 살아봐, 블리야”라는 선생님의 조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의 삶의 시간을 단 하나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채 계속적으로 재미있게 보냈다. 이 당시에 나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가 끼면 안되는 반지의 욕망에 자꾸 끌려들어가는 것처럼, 적당히 즐기고 끝내야 할 일들도 그 도를 넘어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기쁨의 욕망에 자꾸 끌려가곤 하였다. 그렇게 슬럼프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고, 나에게는 오지 않는 머나먼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허나 보란듯이 찾아온 슬.럼.프. 이렇게 즐거운 시절을 보낸 나에게 다가온 슬럼프라니..


슬럼프 시절에도 긍정적인 모습이 1% 남아있다니...?


사람이 하루 아침에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슬럼프 기간이라고 해도 나의 본연의 목소리와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슬럼프 기간에도 나름의 즐거움과 행복은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이 슬럼프가 끝나기는 할 텐데…’라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개똥철학을 믿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명언 한 줄을 읽으려고 했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우울’, ‘슬럼프’라는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 아무리 읽히지 않는 문자라고 해도 이미지와 짧은 글 한줄 정도는 마음 속에 새기곤 했다. 주식으로 치면 연이은 하락곡선을 이어가는 인생의 나날들. 아래와 같은 나의 개인적인 고민거리가 더욱 나를 못살게 굴었다.


*이루고자 했던 아주 애정했던 직무인 앵커라는 취업문에서는 좌절!

*나의 독립적인 공간을 얻기를 희망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비자발적 캥거루족 등극!

*마지막으로, 독특한 연애관으로 더 멋진 사랑, 더 멋진 만남을 추구하다보니,

연락이 닿은 남자친구들의 제안도 거절!


이러한 사실을 모아 놓고 보면, 아마 동창회에 나가서는 나를 이렇게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여러분, 제 모든 사업이 쫄딱 망했으니 저 대신 밥 값좀 계산해주십쇼ㅎㅎ”라고 말이다. 그렇다. 나는 이러한 모습들을 최대한 숨기고 싶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웠고, 뭐하나 제대로 이루어놓지 못한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슬펐다. 슬럼프의 연속이었다. 누가 이러한 상황에서 기운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며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말로는 훌훌 털고 일어서라, 비교의식을 벗어나라, 너는 할 수 있다라고 들어왔지만. 그 현실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린, 슬럼프라는 터널에 들어가게 된 사람은 그런 빛과 응원의 메시지가 와 닿지 않게 된다. 당장 상처가 덧나기 일보 직전인데 그런 겉 떼우기 식의 긴급처방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생에 대한 하락곡선이 계속적으로 그려지면 모든 게 다 귀찮게 여겨진다. 예전에 좋아했던 도전, 책, 내가 좋아하는 소통까지 부질없다고 생각이 되고 현실을 잡으려고 해도 당장 비참해진 내 모습을 올 곧이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마주 설 용기가 감히 나지 않는다. 그냥 나 자신에 대한 모습이 한 없이 불쌍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내가 설 자리는 더욱 없어진다. 친구들, 가족들, 나를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 앞에 어떻게 다시 나타나야 할지에 대한 생각만 더욱 깊게 드리워질 뿐이다. “그냥 블리 너 자체로 소중해!”이런 말, 자존심 강한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무언가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변화, 상황의 상승곡선이 없으면 쉽사리 그들앞에 다시 설 용기가 나지 않았던 하루하루였다.


나의 제일 행복했던 직무는, 의류업에서 옷 만지는 일을 했을 때


이 사실은 정말 내가 죽을때까지 비밀로 간직하려고 한 사실인데, 이 에세이에는 내가 애정을 담아서 글을 쓰고 있기에 나의 1급 비밀을 밝혀보고자 한다. 온갖 날라리 버킷리스트 (?)를 몸소 실천한 내가 20대에 가장 행복했던 업무를 집어보라고 하자면, 의류업에서 일을 했을 때의 일이다. 여성의류 숙녀복에서 오전 부터 저녁까지 일을 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생들이 흔히 할 수 있는 과외를 포함한 가르치는 일보다 옷을 만지는 일이 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그 날 내가 입은 옷을 보고 사람들이 옷을 사가는 일련의 행동들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나의 신체치수는 34-24-34이므로, 왠만한 55사이즈는 모두 크다. 그렇기에 항상 출근을 하면 44사이즈를 찾거나, 55사이즈의 거인같은 옷을 입고 그 위에 벨트를 해야 했다.


의류업에서도 물론 이성적인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남아있는 의류에 대한 재고와 그 날의 판매현황, 매출을 맞춰야할 때 논리적인 사고력이 중요시 된다. 하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옷에 대한 센스와, 고객에게 매력적인 방식의 판매 마케팅 노하우, 보여지는 것에서의 호감을 얻는 것 등에서 이성적인 사고력을 제외한 감각적인 표현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에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행복했다. 이 과정에서는 감각적인 센스와 감성을 사용하기에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원래 옷을 조화롭게 잘 입는 편이라는 평이 많았기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선천적으로 매치를 잘하는 분야여서 학문을 다룰 때보다 이성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이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온라인 여성의류사업도 크게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언제 실현될지 모른다. 이러한 꿈과 목표를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대한 기록도 다이어리 한켠에 작성해 본 경험이 있다. 관련 온라인 페이지 제작부터, 옷을 공수해 오는 방법, 쇼핑몰 창업에 이용하면 좋은 사이트, 단 기간내에 망하지 않는 쇼핑몰 디테일 정보 (인터넷 공구 같은 것들을 먼저 시작해보라는 조언이 많았다) 같은 것들을 차근차근 기록해보니 슬럼프의 시간이 제법 빨리 지나갔다. 아무것도 안하고 손을 놓는 것 보다도 나의 2차 계획, 미래 계획, 관심있는 것들에 대한 약간의 계획을 기록하는 활동들에서 멈춰진 인생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더듬어보자 l 인생을 매순간 클라이맥스* 처럼 살 순 없다.


사람은 전공대로 살지 않고, 20대의 모습으로 영원히 살 수 없는 인생의 길을 항해하는 존재들이니까 슬럼프의 기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다시 한번 더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사람들에게 '학문'으로 인정을 받았던 나의 모습을 사랑했지만 한편으로는 '센스있는 외면'으로 인정을 받는 모습에서도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어. 인생 경험이 많은, 사회의 어르신들을 보면 이런말을 종종 해주셨어. "전공을 살려서, 덕업일치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공대로만 살아지지는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라는 놈이 다가올지도 모르니 항상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거라고 말이야.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들을 논하자니 행복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인생을 매번 '클라이맥스'만 원한다면 난 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들. 노래에서 클라이맥스를 찾자면 후렴구 이고, 소설에서도 클라이맥스를 찾자면 발단-전개-결말 에서 전개 부분이 클라이맥스일텐데 나는 모든 인생의 순간이 클라이맥스이기를 바랐던 그야말로 이상적인 삶을 추구했던 거야. 노래에서 후렴이라는 클라이맥스가 아름다운 이유는 앞부분의 아름다운 전주와 멜로디가 있기에 그 부분이 더욱 신나고 의미가 있는 건데 난 어렸을 때 이 진리를 몰랐어. 소설에서도 그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재미있는 건 발단 부분의 잔잔함과 도입부가 있기에 더욱 빛나는 건데, 난 어렸을 때 이 사실을 잘 몰랐단 말이야.


그러니 오늘의 처방은 다음과 같이 두가지로 추천해볼게.


*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방향성을 다양하게 설정해보아라

* 인생은 매순간 클라이맥스가 될 수 없으니 도입부분도 즐기는 여유를 가져라

-블리의 슬럼프 극복법 처방전 (제안:방향성 설정, 도입부분 즐기기)-



[참고]: 극적·비(非)극적 허구에서 흥미와 감정적 반응이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대목.

(다음백과-클라이맥스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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