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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17. 2021

1-3. 사람에겐 느낌이라는 것이 있어

■원피스에 가리어진 책 1-3화 l 오감으로 느끼는 우리, 느낌의 중요성

1-3. 사람에겐 ‘느낌’이라는 것이 있어


(복습) https://brunch.co.kr/@songvely1004/316


The proof of the pudding is in the eating.

푸딩이 맛있는지 아닌지는 직접 먹어 봐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과 일맥상통하는 영어 관용표현-


오감으로 느끼는 우리, 느낌의 중요성.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각종 사건 사고에서 그날따라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 장소를 찾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소름이 끼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이성’이 아닌 다른 감각 ‘느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흔히, 인생에서 스스로의 직감과 느낌에서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하지 말까?’라는 생각으로 어떤 선택에 대한 결정을 취소하기도 한다. 이는 너무 주관적이면 문제적인 상황이지만 본인의 느낌을 바탕으로 어떤 사건, 사고와 다양한 인생의 문제에서 피할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은 나름 필요할 수도 있는 '지혜'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영과 혼, 영혼을 지닌 인간이다. 그렇기에 이성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때로는 가혹한 처사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2장에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다룬 문제이다. 우리에겐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감각들. 눈으로 보이는 위협은 피하여야 할 것이고, 귀에 들리는 소문에는 귀를 쫑긋 세워야 할 것이다. 만져보아 그것이 꺼림칙하다면 멀리하고, 맛을 보아 그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냄새를 통하여서도 마찬가지다. 직접 맡아보고 먹어보지 않아도 그것이 변인지 된장인지 한 번에 구별할 수 있는 '육감'까지 지닌 사람이라면 더욱 지혜로울 수도 있다.


책이 싫은 나의 느낌이 지속되었다 l 원피스의 촉감이 더 좋아


그렇게 네모난 고체덩어리 '책'이 미워진 나날에 내가 좋아한 것은 옷의 촉감이었다. 말랑말랑하고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원피스'가 좋았다. 서재 위에 걸린 원피스 아래에는 주렁주렁 열매가 맺혔다. 블라우스, 치마, 이너웨어를 그 아래 차곡차곡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구두, 귀걸이, 모자도 옆에 쇼윈도로 전시해놓았다. 이렇게 집대성해보니 원피스에 걸맞은 다양한 패션 친구들이 등장했다. 내가 사랑했던 '책'이라는 친구에게 일종의 배신을 당했다고 여기며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그 아픔을 치료해줄 수 있는 '옷'이라는 놈이 나타났으니 너무나 반갑고 행복했다.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 용어인데 주로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설명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고슴도치 딜레마란 너무 가까이하기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어려운 인간 관계속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게 된 마음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슴도치가 누군가와 가까워지려 하면, 자신에게 달린 가시들로 그 상대를 다치게 해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는 상태를 인간의 마음 상태에 비유한 말이다. 나의 친구였던 '책'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나의 시각을 강하게 찔러댔다. 쉬려고 하면 할수록, 책의 글귀들이 나의 이성을 계속 찔러댔다. 상처에 가시가 들어올까 봐 또 책을 가렸다.


책 중에서도 가장 미워진 책: 시사일반 l 인적성검사 l 토익, 토플, 영어 Vocabulary 관련 책


시사일반책 < 당장의 나의 일상생활이 더 큰 시사문제

인적성검사 책 < 가족들과의 관계와 나의 존재에 대한 검사

영어관련 책 < 상처를 치료해야 할 치유의 언어



가장 미워진 책이 원래 가장 좋아한 책들이었다. 나는 내가 부족한 지식을 채우는 이성적 훈련과 학습을 많이 좋아했다. 잘 이해가 되고, 비교적 원래 잘 아는 분야는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까지의 지식 저장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해마에 저장되어 하나, 둘 쏙쏙 꺼내져나오는 지식들은 큰 성취감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족한 지식을 내 지식으로 만들기위해 STM에서 LTM으로 만들기까지의 훈련과정은 힘들면서도 성취감을 들게한다. 원래 해마에 저장되어 있지 않으니 괴롭지만 새로운 지식을 내 머릿속에 저장했다는 기분에 성취감을 들게하니 행복했다. 그렇게 몰랐던 분야도, 눈에 익히고 뇌에 저장하여 하나, 둘 지식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행복했다.


그렇게 시사일반, 각종 입사시험에 입문과정이 되는 인적성검사 책, 영어관련책은 내가 좋아하는 Top-3의 책들이었다. 하지만, 슬럼프의 기간이 되고보니 내 일상의 일들이 당장 처리해야하는 시사문제가 되었고, 내 가족들과의 관계를 재고해야하는 것이 입사시험보다 더 큰 문제가 되었으며, 상처를 치료해야할 언어를 구해야 하는 게 영어공부를 준비해야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되어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런 책을 읽으면서 선비처럼 고고한 길을 좇아가자니 현실의 '밥 한끼'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된 셈이다. 슬럼프 기간에는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이 사치였고, 책들을 읽는다는 것이 허세였다. 그래서 싫어졌다. 좋아하려고 해도 좋아할 수가 없는 네모진 덩어리들.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라*에 모두 팔아 넘길까? l 저게 있어봤자 밥을줘, 꿈을줘?


그렇게 책장을 옷들로 가리니, 방안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왕 인테리어를 하는 김에 모든 책을 팔아넘기고 큰 거울이나 옷장을 하나 더 들여놓는 대대적인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건 어떨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중고서점 어플을 슬쩍 깔아본다. 사람들은 얼마에 팔고 있을까? 그래봤자.. 이 많은 책을 팔아봤자 원래 산 가격들에 본전도 안남는다. 다시 팔아보기 위하여 꺼낸 책들을 서재에 하나, 둘 꽂아 놓아본다. 그렇게 겉모습은 선비였던 내가 책을 팔아넘길 생각을 하다니, 자존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그리고 다시, 책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간다


'책의 말들, 글귀에 속아서 이렇게 달려왔으니 정말 꼴보기도 싫다!'


-슬럼프 기간 중 블리의 마음의 소리-


저것들이 나에게 있어봤자 밥이 돼, 꿈이 돼? 그리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렇게 많은 책들이 너나 할것 없이 메시지와 지식을 전달하는데 나도 언젠가 이 슬럼프가 끝나면, 글을 써볼까?에 대한 생각. 이 심리적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되면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내 과거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편안한 에세이 글들을 써보고 싶다. 나도 알라* 어플에서 나의 글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속의 소리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흐믓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어쩌면, 밥 한공기 값은 나오지도 않을까..? 내 글이 누군가의 꿈과 쉼에 힘이 된다면..?하는 발칙한 생각 플러스, 책값을 미리 산정하는 변태같은 생각을 하며 그날의 슬럼프를 이겨내었다.


-블리의 슬럼프 극복 처방전 (제안: 공간에 변화를 주어라, 미래의 일기를 작성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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