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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Sep 15. 2021

나의 망한 연애 역사:캥블리 Love History

이 시대의 대표 캥거루족 송블리 l 특별기획망한 연애에세이


[* 생각보다 연애 이야기를 많이 라이킷해주셔서 망한 연애 역사이야기를 풀어봅니다. *]


캥블리의 망한 연애 이야기 l 처음에는 나름 달달했습니다.


<캥블리가 사는 법>에 기록된 몇 개의 연애사업 역사를 보면, 그 수도 많고 시절마다 썸이 있었기에 굉장히 연애와 사랑에 성공한 고수처럼 보인다. 장소 편, 선물 편, 설렘 편에서 보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쟁취한 사람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가장 긴 만남의 연애관계에서 먼저 차인 연애의 찌질녀이다. 그를 그토록 질리도록 만든 나의 망한 역사 이야기를 공유하며 내가 연애 고수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자 하는데, 이러한 심리는 내가 그렇게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보통 사람임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


때는 바야흐로, 20대 초반의 어느 날 봄. 학창 시절의 남자 친구들 제외 처음 좋아하는 성인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 때의 일이다. 이 남자 친구는, 나를 만나기 위하여 주당인 내 주량을 감당하기 위해 오바이트를 하면서까지 술자리를 함께 하였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었다. 키도 크고 모델 같은 외모에, 재치 있는 말들과 오빠같이 다정한 모습으로 언제나 '아이'다루듯이 나에게 진심이었던 그 남자 친구는 처음의 모습과 마지막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나를 먼저 좋아한다고 지켜준다고 했으면서, 어느새 내 모습에 질려버린 것이다.


질리기 전에, 우리는 각종 기념일을 챙기며 서로를 위해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기념일에 해준 것이 있는데 서로의 이름이 새겨진 '이니셜 목걸이'를 마련해서 그 남자 친구에게 선물을 해주었다. 요리도 못하면서 처음으로 남자 친구를 위한 '도시락'도 챙겨보곤 했는데, 그럴 만큼 그 사람이 그 당시에는 매우 좋았다. (분명히 밝히지만 지금은 그 감정이 아예 없다고 한다.) 특별한 날에 같이 바다에 가서 바다 풍경을 보고 고기를 구워먹었고, 여행기념사진 촬영도 함께 남기며 서로의 젊은 시절에 소중한 추억을 같이 쌓았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파티룸을 잡아 풍선을 달고, '성탄절'을 기념하며 오랜 기간 내 마음속에 자리 잡는 한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한 행동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 엠티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던 것과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하는 것을 싫어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과 새롭게 친해지는 것이 싫었던 그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고, 비교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사람의 마음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간다. 축복까지는 바라는 천사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그래도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나를 좋아해 준 사람이 나를 점점 질려하게 한 나의 찌질한 행동들은 다음과 같다. 


너 그렇게 멋대로 구는 거 질려! l 나 같아도 저런 사람 질릴 것 같아.. T-T


<질리게 만든 행동 Top 5>

1. 매일매일 저녁에 전화를 하자고 졸라서, 여유를 주지 않았다.

2. 데이트 시간이 충분히 길었음에도 함께 있자고 질척거렸다.

3. 당시 싸이월드가 유행이었으므로, '사진'에 집착하여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였다.

4. 적당히 넘겨도 될 일을, 내 맘대로 해석하고 처리하여 남자 친구를 질리게 했다.

5.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편지지 8장-10장 되는 글을 남자 친구님께 보고 드렸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20대 초반에 나는 정말 연애와 관계에 서툴렀다. 위의 행동에서 보는 것처럼 내가 정말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1번-> 여유를 주지 않으니 서로에 대한 각자의 시간과 독립성이 없어져서 발전적인 상태가 되지 못한다. 2번-> 충분히 긴 시간 같이 있자고 했는데 더 같이 있으면 신비감이 떨어지게 된다. 3번-> 사진에 집착을 하니 매 순간 데이트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서로가 피곤해졌다. 4번-> 그가 좋아서 마음대로 찾아가는 행동을 마지막엔 가장 힘들어했다. 5번->잘 챙겨주는 선물만큼, 개선해야 할 점을 꼬치꼬치 설명하여 피로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마주한 그의 연락 l 끊어진 고무줄


이렇게 해서, 나의 길고 긴 연애는 망했다. 당시, 그 남자 친구는 나와 헤어진 이후 바로 여자 친구를 만났다고 들었다. 나에 대한 해방감이 좋았나 보다. 나는 사람은 사람으로 잊지 않고, 시간으로 잊었다. 오랜 시간 곁에 누군가를 두지 않았다. 다시 만남을 가져야겠다고 느낀 것은, 배울 점이 많은 한 사람을 보고 나서 뒤늦게 만나기 시작했으니 어쩌면 그 사람이 날 좋아한 것 보다도, 내가 그 사람을 더 많이 좋아하고 그리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많이 좋아했던 연애 상대를 질리게 한 연애의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음에 새롭게 시작된 연애에서는 조금 더 성숙해진 태도를 견지하였다.


망한 연애 역사를 돌이켜보면, 조금 슬프고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당시 순수하게 한 사람을 위하여 애정 어린 집착과 질투, 몰입을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몇 년이 지난 후, 그 사람은 다시 찾아와서 '너무 빨리 만난 우리의 관계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너무 젊은 시절에 좋은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인연은 끝난 것이다. 그 사람의 행복을 바란다. 나에게 질린 그 사람의 연락을 다시 마주하게 된 건 반가웠지만, 이미 마음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되어 젊은 날의 우리에게 안부를 전하고 나는 다시 일상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혹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마지막에 선을 긋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냉정한 말을 해서 미안했어! 

젊은 시절의 우리에게 고마워, 성숙해진 나를 만나보게 해 준 너의 앞날을 응원해. ^^"


#이시간에반성편지 #망한연애이야기 #망했지만좋아했다 #너네는연애잘하냐T_T #사랑이야기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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