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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Sep 20. 2021

<알고 있지만>과 거지같은 관계

너는 시청에도 계획이 다 있구나 l 클리셰없는 상큼발랄 드라마 리뷰

<알고 있지만>과 거지 같은 관계


나비: 후회해, 너도, 이 거지 같은 관계도, 너랑 했던 거 전부 다


-<알고 있지만> 9회 중-


JTBC 2021년 작,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알고 있지만>이 올여름에 방영되었다. 10부작이었지만 여타 어떤 연애의 드라마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방영되었다. 15세 이상 관람 드라마로, 드라마에서 다루는 연애의 내용이 비교적 그 수위도 높고 실상을 잘 반영한 듯한 연애의 현실을 말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샀던 모양이다. 뒤늦게 시청자 대열에 합류한 필자 역시, '그리 먼 나라의 연애의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느낌을 가지며, 1회부터 정주행 하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썸'과 '연애'에서 한창 고민하는 청춘들의 연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확신'을 주면서까지 '규정'된 만남을 원하지 않는 거지 같은 관계에 대한 일침을 하려는 누군가의 메시지일까?


시청률 빼면 아쉬울 게 없었다는 호평이 일어나고 있는 JTBC 토요드라마 <알고 있지만>. 드라마에는 한소희(유나비 역), 송강(박재언 역), 이열음(윤설아 역), 채종협(양도혁 역), 양혜지 (오빛나 역), 김민귀 (양규혁 역)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여 단조로울 수도 있는 로맨스 이야기에 다양성을 불어넣기도 한 <알고 있지만>. 드라마는 한 미술학과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시절의 썸과 사랑을 담고 있는데, '설렘'과 '소문'에 민감한 우리의 모습을 잘 반영하여 그 공감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같은 동아리 안에서의 크고 작은 사랑과 썸을 그리며 몰입도를 높이는 <알고 있지만>이라는 드라마. 우리 청춘들의 모습을 진부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응원을 받았던 <알고 있지만>의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나비와 박재언이다. 나비는,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후 '박재언'과 우연스럽게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박재언은 '나비'라는 곤충을 좋아하여, '나비'를 몸에 문신으로 새길 정도로 애정 한다. 실제로 나비를 키우기도 하고, 나비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나비를 원래 좋아하는 어떤 남자가, '나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첫 만남에서 운명적 끌림을 느낀 둘은, '설렘'가득한 첫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되고 이렇게 드라마는 두 사람의 운명적 첫 만남을 로맨틱하게 그린다. 그러나, 그 로맨틱함도 잠시, 원래 모든 나비들에게 친절한 것 같은 꽃 '재언'의 모습에 나비는 금방 실망하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렇게 다시 대학 생활에 집중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유나비. 유나비는, 자신에게 이성적 설렘을 주었던 박재언의 묘한 느낌을 쉽게 잊지는 못한다. 그와 닮은 사람이 자꾸 눈에 아른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친구 오빛나(양혜지)에게 자신의 만남을 말하려는 순간, 다시 만나게 되는 '박재언', 박재언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오래전부터 재언은 '나비'와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친구 '빛나'의 증언을 들으며 놀라기도 하는 나비. 그 둘은 정말 운명이라도 한 건지, 그렇게 캠퍼스 내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재언의 소문은 영 좋지가 않다. 여자 친구들과의 스캔들도 많고, 가볍게 만나며 연애는 하지 않는다는 그의 연애지론에 대한 이야기들‥만약, 저런 남자 친구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가벼운 만남'만을 원하는 저 친구가 그리 좋은 모습만으로는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유나비는,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않으면서 이성적인 호감만을 표현하는 '박재언'의 모습에 혼란을 겪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뷰티 인사이드>라는 영화가 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는 여자 주인공 한효주(이수)의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그렇게 남자 주인공이 매일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있다. 어떤 날은, 여자의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아저씨의 모습, 아기의 모습, 온갖 모습으로 하루하루 바뀌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한효주(이수)는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혼란과 혼돈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게 외면의 변화에서 고민하는 이수만큼이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지 않고 매 순간 선을 긋는 '재언'의 모습에 상대방인 '나비'는 혼란과 혼돈의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만날 때는 어떠한 연인보다도 더 다정하고 자상하며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가, 왜 그녀에게 '확신'을 주며 '사귀자, 연애하자'라고 말하지 않을까? 드라마에서 재언은 친구 양규혁(김민귀)에게 '확신'을 주며 만나는 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말하면서 자신이 연애를 하지 않게 된 상황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즉, 무언가에 대한 '확신'을 주었을 때 혹은, 모든 것이 확정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변질되는 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상처, 내면의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연애'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는 하지 않는 가벼운 사람'이라는 가면을 만들게 하게 된 원인으로 보였다. 연애는 하지 않으면서 썸만 타려고 하는 사람의 심리. 그것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확신을 주면 변질하게 될 무언가가 '재언'은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신'을 원하는 상대에게 계속적인 혼돈과 혼란을 주는 재언의 모습이 조금, 나 빠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나비는, 어느 것도 확정적이지 않은 거지 같은 관계에,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것 같은 만날 때만 행복한 관계에 대한 고민을 계속적으로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친구인 양도혁(채종협)에게 드라마 중후반에서는 더 흔들리게 되는 모양으로 그려진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가 '확신'을 주지 않는 만남을 진지하게 오래도록 끌고 갈 수가 있을까? '재언'은 자기 자신의 신조로 그렇게 연인에 대한 관계를 유보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니 나비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도혁'같이 실제의 연인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성의 모습에서 어떠한 안정감을 찾기도 하는 나비의 모습이 이해가 간다. 일상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같이 여행도 하고, 캠핑카데이트로 소소한 고민을 주고받고, 꽃다발을 주면서 사랑의 속삭임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보통의 연애의 모습이니 말이다.


뒤늦게, 합류한 나비의 같은 과 친구들의 모습과 재언과 나비의 조우에서, 보여주는 긴장감은 이러한 전형적인 연애의 상대가 주지 않는 불안감에서 더욱 고조된다. '재언'은 나비에게 가장 이성적인 끌림을 크게 일으키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꽃'일 지언정, 그 나비가 '한 꽃'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게 하는 '확신'을 주지 않는 만인의 꽃이라는 느낌을 들게 하니 '한 꽃'과의 진지한 교류를 원하는 '나비'는 그 관계가 싫어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나비가 정말 자신의 곁을 떠나려고 할 때 '재언'은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이제 사귀자'라고 말이다. 오랜 시간 '재언'이 준 여운으로 인한 감정을 홀로 추슬러야 했던 나비는 그 말이 살갑게 들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랑 만난 거 후회해?'라는 재언의 질문에, 나비는 답한다. '후회해, 너도, 이 거지 같은 관계도, 너랑 했던 거 전부 다'.


그리고, 나비는 이내 자신에게 일상의 연애의 확신을 준 양도혁을 선택하며 진지한 만남을 꾸려 나갈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꿈속에서, 가는 곳마다, 집안의 흔적마다 남아있는 '재언'을 잊기는 좀처럼 힘든 작업이 아닐 수가 없다. 나비는 재언을 잊게 될까? 재언은 정말 어느 누구와도 연애를 하지 않을까?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드라마를 후반까지 보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좋아도 이렇게 상황을 애매모호한 관계로 규정을 하면, 남녀의 관계가 참 힘든 관계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10부작의 드라마이지만, 강력한 연애의 메시지로 그 시간이 10분같이 느껴지게 하는 마성의 드라마 <알고 있지만>.  '확신'이 두려운 누군가와, '확신'이 필요한 누군가의 입장을 그리며 썸과 연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드라마 <알고 있지만>을 보며 아름다운 벚꽃 날리는 '캠퍼스'의 정경과 관계의 '규정'속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늦가을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기에 충분한 듯한 느낌을 준다.


 썸과 연애에서 고민하는 어떤 이들에게 큰 파장의 울림과 교훈을 주는 <알고 있지만>.

10화에서 결정하는, 나비의 선택은 시청자들의 커플에 대한 응원으로

웹툰 원작과는 다른 엔딩으로 그려졌다고 하는 훈훈한 소식 전하며, 작품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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