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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Oct 07. 2021

병맛같은 캥블리의 아버지

캥거루족 아버지의 삶 l 성질이 불같은 캥거루 엄마와 딸

'버물리'사다주시는 아버지, 병맛같은 센스에 감동


모기는 내 피를 좋아한다. 나는 여행지에서도 각종 벌레들에게 물려 다리가 온통, 벌레물린 자국의 향연이다. 코로나 유행 이전, 2017년 여름 가족들끼리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름날 여행이라서, 유독 숙소에서 모기에게 온통 헌혈을 하고 온 컨디션이 좋지 않다.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이 모기들이 물고 간 다리가 간지러워서 신경이 온통 다리에 쏠린다. 그런 나의 마음을 잘 아는 건 역시 아빠밖에 없다. 아빠는 조용히 약국에 가서 벌레물린데 바르는 의약품을 사오신다.


아빠는 크게 여행계획을 짜주신다거나, 교육에 대한 지침을 내리신다거나 하시는 것들이 없었다. 교육과 진로에 대해서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으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랑 주로 상의를 하고, 엄마를 통하여 아빠의 의견을 묻곤 하였기에 아버지에 대해서는 조금 서운함도 있고, 교육적인 부분에서 대화가 없었던 것에 대한 서러움도 크게 갖고 있다. 그렇게 병맛같은 부녀사이에서, 아버지는 작고 세심한 부분에서 앞장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신다. 사람이 아플 때, 배고플 때, 잘 풀리지 않을 때 서럽곤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지점에서 유일하게 말 없이 자존심을 건들지 않고 기다려주신 가족분이다.


본인이 아픈 상황에서도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병맛' 아버지


아버지가 정말 아픈 시절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응급한 상황도 있었고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이들이 가슴 아픈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기운도 못차리는 아버지의 입에서 자식들의 이름이 나올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은 정말 병맛같다. 아픈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내 이름을 부르시는 순간, 정말 슬픔의 파장이 깊고 크게 울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픈 순간에도 자신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캥거루족의 아버지의 주머니는 이렇게 병맛같지만 따듯하다. 원망스러운 적도 있었지만, 언제나 주머니를 재정비하면서 자식들을 품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아빠가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빠의 인생은 크고 작은, 고비들이 많이 있었지만 우리들의 곁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엄마는 아빠같이 아내말을 잘 듣고, 존중하는 아빠를 만난 것에 대하여 아마 큰 감사를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크게 원망했던 아빠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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