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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Oct 12. 2021

호구를 무시하지 말라

송블맇의 개똥철학 l 호구는 알고 보면, 사람 잡는 호랑이다.

나는, 야무지게 행동하고 리더의 면모를 갖추며 살아온 날들도 많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문외한이기에 약간 '호구'스럽기도 하다.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큰돈을 들여 머리 스타일을 바꾸어 본 호갱이가 된 적도 있고, 성격도 어떤 부분은 취향이 확실하고 정확하지만, 한편으로는 남에게 상처주기를 싫어해서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는 사람들과 사회가 나를 물처럼 '호구'같은 사람으로 보기도 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시선이 억울하거나 엄청, 서운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사랑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기에 '호구'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할 때에도 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정권을 잡기 이전에 술을 마시면서 호구, 팔푼이, 찐따(?)처럼 굴었다. 호구 같은 모습에 가려진 자신의 야심과 진정으로 정치권력을 뒤흔들 수 있는 그의 카리스마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고 주정뱅이의 모습을 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호랑이'같은 모습을 감추었던 흥선대원군처럼 우리가 호구처럼 보는 어떤 이들은 사실, 엄청난 능력과 권력을 가진 위대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이 위대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호구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함부로 무시하고 푸대접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둘리'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초록색 피부에, 어눌한 말투와 긴 혀를 가진 초능력자 둘리는 우리가 보기에는 귀여운 호구 공룡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길동이라는 지구 아버지에게 맨날 잔소리를 들으면서 희동이를 지켜주는 둘리를 보고 있으면 뭐하나 지구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갈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 '둘리'가 아주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엄마 공룡을 만났을 때 악당으로부터 엄마를 지키기 위하여 호구스러운 둘리는 아주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초능력을 외친다. "호잇~"


둘리도 흥선대원군도, 지나가는 호구 1, 호구 2도 우리는 모두 사실 진정한 멋진 모습을 감추고 있는 호갱이처럼 보이는 호랑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는 대단히 호랑이스러운 면모와 기질을 가지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분야에서 우리가 너무 호구, 똘구, 찐따처럼 보여도 자존심 상하지는 말자.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이 한 가지씩 있고, 분명 멋진 모습은 한 가지씩 지니고 있는 고귀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함부로 호구 같은 누군가를 무시하지는 말자. 그들은 사실, 우리보다도 더 멋진 호랑이의 매력을 가진 사람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호구는 알고보면, 사람잡는 호랑이다.
-by 송블맇의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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