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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Nov 18. 2021

[블리 연애 이야기] '마음'이 널 기억해.

이 시대의 캥거루 대표 캥블리의 연애 l 마음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어쩐 일인지, 영화&시사 에세이를 주식으로 하고, 미끼 상품으로 '연애 이야기'를 작성하고 있는데 주객이 전도되어 미끼 상품의 이야기의 호응이 더 좋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영화 사랑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류에 대한 사랑은 끝나지 않고 지속될 것임을 예고드린다. 많은 썸/연애/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상대방의 조건, 생김새, 데이트에 필요했던 어떤 물질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그 상대방의 마음이 생각나는 시점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씁쓸한 기분은 마치 담배 한 대와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의 조합 같은 향미로 나의 마음을 물컹물컹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은 그 '마음'이 생각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3) 나의 행복을 바라면서, 모진 말을 하지 않는 누군가의 마음


분명, 이제 만남의 끝이 보이고 더 이상 나눌 대화가 없어진 우리. 하지만, '맺고 끊음'이 비교적 확실한 나에 비하여 모진 말을 하지 않고 오랜 시간 자신의 말을 아껴두는 이가 있었으니 이는 자신의 원래 성격일 수도 있거니와 상대방에 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일 수도 있겠노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나는 '나의 행복을 바라는 누군가의 침묵'이라고 정의 내리며 그 사람의 마음을 오랜 시간 기억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 어떤 빠른 답을 요구하고, 정확한 정답을 바라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때로는 어떤 질문에 가장 묵직한 침묵이 가장 큰 대답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2) 나의 성취를 바라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같이 정리해준 누군가의 마음


분명, 서로가 좋아하는 마음이 지속된 상태였는데 '인생'이라는 현실 상황 속에서 서로의 좋아함을 그만 멈추어야 하는 상황에서 느껴진 그의 마음이 오랜 시간 생각난 적이 있다. 사랑에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고, 그러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의 정열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랑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현실적 연애의 장애물은 있었고, 현실적 상황이 내게 '연애의 자유함'을 허락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상대라고 그 만남을 이어나가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 마음속으로 끙끙 대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힘들어하기도 하였으니 이 생에 허락된 시간 속 사랑을 나누는 어떤 이들이라면 그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길.


1) 나의 잘됨을 바라면서, 아기를 다루는 것처럼 조심조심 미소 지어주는 누군가의 마음


아주 어린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 못 할 말 다 했기에 서로에게 상처도 되고 힘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아껴주었던 이의 미소 띤 마음이 오랜 시간 생각난다. 데이트 동안 음료수를 마시면 캔 뚜껑을 한 번도 손으로 따게 하지 않고, 풀린 신발 끈을 어떤 장소에서든지 항상 자신이 묶어주며, 흘러내리는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자기가 대신 들어주며 처리해주는 아기자기한 마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모든 매너와 예의를 보여준 그의 마음이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아, 어떤 누군가에 대한 자리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마음을 보여주었으니 나는 남은 생에 그리 큰 불같은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면, 나는 상대방들의 좋은 마음을 과분하게 받아도 되는 건지에 대한 생각이 드는데, 나는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남겨 주었을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 어리고, 이기적이고, 철없던 시절이라서 내가 알게 모르게 한 언행들이 상처를 남긴 것은 아닌지. 혹은 마음에도 없는 말로 괜히 속상한 말들을 남긴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맘 때쯤, 실내에 있다가 바깥공기를 쐬러 나가는 순간 불어오는 계절의 찬 공기에 문득 누군가의 마음이 스쳐 지나감을 느낀다. 바람의 공기가 나의 두 콧구멍에 닿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정말 나의 마음이 잊지 못하는 사람, 인연, 사랑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은 괜시레 그 마음이 그리워지는 오랜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밤을 맞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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