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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Nov 17. 2021

[블리 연애 이야기] 과거의 썸(Some)

이 시대의 캥거루족 대표 CEO 캥블리 l 썸의 시작에서 축구를 느낌

과거보다도 현대에는 길거리에서 첫인상으로 서로의 만남을 결정하는 일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만 보아도, '헌팅으로 만나봤어~!', '나 오늘 예쁘게, 멋있게 꾸미니까 이름 물어보았어'라고 들어본 경험을 마주치면 말이다. 나도 그 수많은 20,30대 중 한 명으로 언젠가 몇 번, 우연히 아주 예쁘게 힘주었던 날들에 이름 혹은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 그럴 때면, 마치 우리의 만남의 시작이 '축구경기'와 비유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은 몇몇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어떤 재미있는 만남들이 있었는지 가벼운 마음으로 추억해보고자 한다.




3) '댁이 있어야 행복하죠~!'라는 로맨티시스트 공격수 형


어느 날, 증명사진을 찍으려고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 어떤 낯선 이로부터 '첫인상이 좋아 잠깐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받게 되어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다음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였기에 다행스러웠지만 아마, 무슨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낯선 이의 요청을 듣는다면, 조금 여유가 없이 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사진을 찍기 위해 온갖 치장(?)을 다하던 날에 번호를 준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상에서는 그리 치장만큼의 '나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서히 번호를 교환한 그 상태에서 연락을 줄이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던 차에 용기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이러한 말을 듣기도 하였으니.. 마무리 멘트를 하고 이제 막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던 그 시점에, "님이 있어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공격적이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사람에게 순간, 홀딱 반할 뻔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고백을 한 적이 없었는데 축구 선수의 역할 중, 공격수 같은 용기 있는 상대방의 말이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었다는 추억 이야기다.


2) '나는, 매일매일 전화를 하고 싶어요'라는 상대방 방어력 만렙 수비 형


어느 날, 너무 졸린 아침 등굣길에 동료의 커피를 사기 위해서 커피점에 들려서 메뉴를 한창 고르고 있던 시점에 만나게 된 분이다. 키가 모델 같이 크신 분께서 갑자기 말을 걸면, 아침잠이 달아나면서 졸린 눈이 제법 커지게 된다. 그렇게, 아침의 아주 바쁜 일상에서 만나게 된 사람인데.. 번호를 주었는데 보통이라면 메시지가 올 텐데 문자도 연락도 없길래 내심 번호를 교환한 걸 후회하려던 찰나에 전화가 와서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식적인 관계로 발전하기 전 줄 곧 자주, 전화연락이 온다는 것이 약간 축구 선수의 역할 중 '수비수'같은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미리 일상 속에서 어떤 선수의 등장을 막기 위한 일종의 행동들이라고 느껴지기에 공격수 같은 수비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매일매일 전화를 할 정도의 체력이 아니었고, 눈&비가 많이 오는 겨울날에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엄격한 상황에 있었으므로 수비수 같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의 일상을 자상하게 살피는 어떤 이에게 쏟을 여유가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 그렇기에,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아침 커피 길에 만난 어떤 나그네를 보내야 했으니, 우리같이 바쁘게 사는 현대 사회의 인간들에게 썸과 연애는 사치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유유히 아침에 풋풋했던 첫 만남을 추억으로 만들며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는 이야기다.


1) '여자 친구 할 거 아니면, 간 보면 안 됩니다.'라는 골키퍼 형


이 분은, 외모적으로 아이돌 같은 느낌의 분이었는데 '썸남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나는 썸남'인 케이스였다. 약속을 만나게 되어 있는 상태에서 연락처를 교환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저녁 약속시간에 어차피 내가 호감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될 텐데 굳이 번호를 교환해서 '어장관리'같은 관계들이 생기면 뭔가 진정성이 없어 보이고, 만남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이다. 더불어 뭔가 아이돌 느낌의 세련된 외모에서 풍기는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번호를 주고 싶기보다는 '팬'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대화를 이끌어 가던 중, '여자 친구 할 거 아니면, 연락하지 마요ㅠ.ㅠ'라는 귀염 섞인 메시지를 보고 나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조금 창피하면서도,, 거절당한 거야 -.-?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이 친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몇 번 커피도 마셔볼 수도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으로 만남은 더욱 귀찮아졌고, 서로 나이도 물어보니 내가 이성으로서 호감을 많이 느낀 적이 없는 '동갑'의 나이를 가진 분이었다. 이 분을 보면서 축구 선수의 역할 중 '골키퍼 형'의 상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나중에 길거리에서 만나면 커피라도 하고 싶은 모델 같은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11월 17일은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다. 엄마는 아빠를 회사에서 만나 지금까지 크고, 작은 일을 함께 버티면서 우리 가정을 지키고 이끌어가고 계신다. 힘든 적도 있지만, 기쁜 날들도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도 젊은 날들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아도 좋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아빠는, 젊은 날에 엄마를 위해서 뭐든 다해주었다고 들었다. (결혼 전까지) 결혼 이후로는, 아빠도 아빠의 원래의 모습이 있기에 엄마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고, 행복을 안겨주기도 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힘들어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참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알 수가 있다. 엄마가 나의 썸 스토리를 보면, 아마도 "어장관리 쩐당.."이라고 할 수도 있다.


[PS.그렇지만, 나는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하는 '순정파'임을 엄마께 고백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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