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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Dec 09. 2021

난 가스 라이팅 당한 것일까?

캥블리의 성장과정 | 내 삶은 내 것입니다.

휴식기간이 생기면서 개인적으로 만족할만한 뷰티케어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것이 생각보다 멍이 크게 들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들킬 위기에 처해졌다. 그리하여, 이른바 '캥블리  감추기 프로젝트'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먼저, 부지런하게  방에서 멍이  부위에 찜질을 하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이동시간에는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걸어서 그들이    없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멍이  부분에 짙은 파운데이션을 바른   필요한 대화만 하기 시작하여 겨우 그들의 의심을 피할  있었다. (캥블리의  감추기 프로젝트는 안유지에 철저하게, 완벽히 수행되었다는 소식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원해서, 내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선택한 일임에도 난 누군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 한편으로는, 난 아주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가족들의 시선과 눈치에 의하여 거절을 잘하지 못하였고, "예스맨"이 된 것은 아닐까? 에 대한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주체적으로 살아왔다고 내 선택에 의하여 살아왔다고 해도 그들의 시선과 응원에 마지못해 결정을 한 점도 많기에 주체적임에도 약간의 눈치보기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온전히 주체적이지 못한 인생이었다. 언제나 부모님 눈치, 사회의 눈치, 어떤 것의 눈치를 보면서 말 그대로 거절하지 못하는 무언가에 가스 라이팅 된 아이처럼 나는 그렇게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나,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성격이 강하고 본인의 주장이 강했다. 물론, 내가 잘 되라고 하는 인생선배의 말이자 눈물로 키워주신 진심엔 항상 감사한다.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어야 할 때조차 엄마는 자신의 의견이 나의 의견인 것처럼 말한 부분이 있었다. 나도 가족 앞에서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잘 따르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런 악순환은 더욱 심해졌다. 그러니, 내 주장을 펴고 내 주체성을 확립해야 할 때도 그것이 내 주장과 주체성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의견과 목소리에 따라 애써 내 주장인 것처럼 포장하게 되었고 자꾸만 누군가의 강한 주장에 세뇌되어 나의 삶에서 진정한 나의 자리는 입지를 확장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틀을 빨리 깨고 나오는 성인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님이 좋다는 이유로, 혹은 살아온 관성에 젖어서, 개인적인 사정들로 그 틀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러한 틀에서 빠져나온 나이가 아마도 이십 대 중반인 것으로 여겨진다. 20대가 된 성인에도 나는 여러 가지로 많은 의지를 하고, 그들의 시선과 의견을 조금 더 존중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이렇게 말만 잘 듣는 사람으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과정에서 굉장한 갈등과 마찰이 생겨난 점도 많다. 여기에는 부모님의 호르몬 변화과정인 갱년기와 나의 앞으로의 미래 계획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문제들이 겹쳐지면서 남 모를 마음앓이를 서로가 깊게. 오랜 시간 애증의 관계로.


이 과정에서 나는, 더욱 나대로의 주체성을 기를 수 있는 근육을 기를 수 있었지만 감정적으로 골이 깊어져 부모님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온전히 그들의 의견과 주장에 내 삶을 맡기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내가 이끌어가려고 많은 부분을 노력한다.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더욱 자립할 수 있는 자식이 되려고 많은 다짐을 하고 실제 더 그러한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도 서툴고 여전히 나 홀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설계하는 것이 고단하게 여겨지기고 한다. 때로는 이제 내가 오로지 홀로 결정해야 한다는 삶의 무게가 너무 외롭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해!", "부지런히 움직여서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만 해!", "힘들어도 세상은 때론 필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현실들을 잘 파악해야만 해!" 어찌 보면 꽤 이치에 맞는 말이거나, 나를 위해주는 말인데 그전에 나의 의견은 없다. 나는 공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성실함이란 어떤 것인지, 현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어떤 정도인지에 대한 선행적인 물음이 없다. 언제나 "You should", "You Must"라는 당위성의 태도로 말하기에 나에게 대하는 말들이 너무나 가혹하게 들리고, 부모님과의 대화가 진절머리 나게 만드는 순간들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의 당위성의 조언에 대하여 스스로 대항하며, 그 틀을 깨 부셔나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삶을 살기도 한다.


이 것은, 반항아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닌, 나를 나대로의 삶으로 만들지 못하는 요인을 찾아 스스로의 삶을 마련하겠다는 어떤 이의 다짐이기도 하다. 나를 잘 되라고 하는 그 말들이, 오히려 더 가시처럼 다가와 나의 마음을 갉아먹고 상처가 되고 대화시간이 지옥같이 느껴지게 만들었던 그 모든 메시지를 탈피하고, 이제는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면서 내 중심의 인생설계도에 따라 사는 연습. 그런 것들을 본격적으로 집중하고 싶다. (실행중이기도 하고) 그래도, 세상에서 외면받는 날엔 그들의 따끔하면서도 나를 아프게 하는 잔소리가 귀에 선연히 들린다.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란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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