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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Dec 09. 2021

서울대 농생대를 보며 자란 한국 어린이

<캥블리가 살아가는 법> | 농촌진흥청이 블리의 놀이터

아버지 회사에서 농산물 꾸러미 선물을 집으로 보내주셨다. 그 고기 맛이 정말, 참으로 입에서 사르르 녹고 맛이 좋아 문득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의 노력이 감사해지는 순간이다. 우리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시골에서 농사를 하셨는데,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는 수확물이 있으면 항상 머리에 짐을 이고 우리집에 오셨다. 자식과 손녀들의 밥 문제에 적극적인 사랑을 보여주신 할머니의 모습이시다, 아직도, 충청도 쪽의 시골에 가면 할머니의 집 뒤에 크게 밭이 있었고 계절에 따라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보면서 시골의 향긋함을 맡은 기억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나는 서울대 농생대가 경기도 지역에 있을 때 그 앞 초등학교를 다녀, 그 주변에서 교통지도 봉사를 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대학생들이 그곳에 등교를 하고 자동차도 많이 드나들어 캠퍼스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 농생대 대학생의 학업 등굣길을 지켜보면서 자란 이가 있었으니, 바로 농사짓는 할머니의 손녀 블리가 그 학생들 중 한 명이다. 바로 옆에는 농촌진흥청이라는 뉴스에 자주 나오는 기관이 있다. 신농업기술, 농업경영정보를 다루는 이 기관은 줄 곧 뉴스에도 자주 나와 우리의 농축 업계를 유지해주는 고마운 기관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 농촌진흥청이 블리의 어린 시절 놀이터였다.


우연히, 친구의 부모님께서 농진청에 근무를 하셨던지라 우리는 그곳에서 연구실 같은 곳도 방문해볼 수 있었고, 부대시설 같은 곳에 가서 탁구도 치고 농구도 하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누에가 실을 뿜어내는 것을 보여주셨던 것 같은데 정말 '과학'과 '실험관찰' 책에서만 나올 것 같은 그러한 곤충들을 보고 있자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여름에는 그 안에서 오디라는 여름 열매들이 많이 맺혔기에, 우리는 집에서 열매를 담을 반찬 통을 한 가지씩 준비한 후에 열심히 오디를 따기 시작했다. 그러면, 여름날의 곤충과 벌 같은 큰 벌레들이 따라다녀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다가, 다시 오디를 따기도 하면서 여름날의 수확을 만끽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무언가에 강압적이고 지시를 하는 블리의 부모님과는 다르게, 친구의 어머님은 이렇게 우리에게 체험을 통한 교류의 시간을 허락해주셨고 나는 그 분을 선생님처럼, 어머님처럼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았다면 자주 찾아뵙고 싶을 정도로 우리 부모님이 바쁘셔서 해주시지 못한 부분을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채워주셔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날 때에는 우리들이 즐겁게 노는 사진을 찍어주셔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보라고 직접 인화를 해주시면서 그렇게 다정한 어르신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이 아직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그 동네를 지나면, 농대 캠퍼스는 사람의 인적이 아예 없고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썰렁함이 남아있어 교통지도를 했던 블리의 마음 한편에 쓸쓸함을 안긴다. 농촌진흥청과 그와 가까운 주변의 공원도 성인이 되어 다시금 방문해보면 어린 시절에 보던 등치와는 다르게 왠지 작게 보이면서, 어린 시절에 놀이터처럼 놀았던 그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주말마다, 흙 냄새나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오디 밭에서 뒹굴며 오디의 보랏빛 향기를 닮은 우리의 추억을 쌓은 그 시절이 생각나게 만드는, 아버지 회사의 사르르 녹는 고기 꾸러미 선물에 많은 추억이 스쳐지나가는 12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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