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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Dec 16. 2021

새벽엔 비빔밥을 비벼요.

<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 외로움이 남긴 것

새벽 두 시에 눈이 떠진다. 뭔가 허기진다. 부족한 것도 없고, 넘치는 것도 없이 그저 그런 평범함의 연속인데 왜 이렇게 삶이 건조하게 느껴질까. 무미건조한 삶에서 유독 극도의 공허함과 허전함이 느껴지는 새벽이 있다. 눈을 떴는데, 문득 그냥 배가 고프고 입을 통해 무언가를 충족해야겠단 생각만 든다. 도둑고양이처럼 사뿐사뿐 거실을 거쳐, 냉장고를 대충 열어 김치 종류, 밥, 고추장, 참기름을 손으로 얼기설기 챙겨서 언젠가 먹어본 비빔밥을 흉내 내면서 섞는다.

한입 와구~ 와앙 입에 넣으면, 뭔가 계란도 맛이 - 아니다.  시간에 먹는 것도 누가 보면, 머리가  채로 고추장이 입가에 묻어 있으니 살짝 무섭기도  것이다. 그래도 손과 입에는 비빔밥을 향한 집중으로 새벽에 조용하고 섬칫스러우면서도 한국적인 식사가 시작된다. 가끔, 이렇게 새벽에 먹고 나면 다음  턱이  겹이 되어 있거나 넙쭉이 호빵맨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외로움의 크기가 얼굴의 면적으로 표현되나 보다.


채워진 배로 다시 따스한 이불속 장판의 온기로 잠을 청하면, 일정 정도의 포만감과 따스함으로 더욱 잠이  온다. 역시, 나같이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는 새벽에도 남다른 감성으로 밥을 먹고 글을 쓰며, 비빔밥 먹는 것도 추억할 만큼 남달라 훗..이라고 말도 안 되는 자신감과 근자감에 겨워하고 있을 , 누군가는 이렇게 할 듯싶다. "갑자기 배고프고, 허기진다고? 위염 종류 아니야?.."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내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말해보아야겠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나는 실제 만남에 있어서 필요 이상의 관계를 맺지 않는다. (브런치의 공간에서 내가 말이 많아 보이는 이유는, 간접적 의사소통 공간이기에 이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 편안함이 느껴지기에 실제에는 없는 성향의 모습도 분명 존재한다.) 공사 구분이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생각이 있어, 잘 지키든 못 지키든 항상 다이어리에 적어 놓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정에 이끌려서 어떤 결정을 하지는 말고 프로페셔널해져 보자고 애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새벽에 배고프면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비빔밥을 위에 욱여넣는 것처럼.


다이어리에 써 놓은 소신이,

때론 지켜지지 못하고 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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