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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Dec 18. 2021

저 사람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송블맇의 개똥이철학> | 인사성에 대해서

오랜 기간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비교적 같은 동선의 교수님, 동기들, 그리고 학교 안에서 다양한 장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얼굴이 눈에 익기 시작한다. 내적 친밀감도 상승하고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손짓하며 이미 마음보다 입이 먼저 반응한다. "안.. 아.. " (속마음으로, 안녕하세요가 먼저 튀어나옴) 그러면 상대방은 의아한 눈빛으로 날 바라볼 수 있기에 애써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친구를 만난 척 인사 연기를 한다.


한 번은 전공과목 교수님들께 나는 반가움 맘으로 신나게 인사를 했는데 잘 받아주시는 교수님들도 있는 반면, 그냥 무덤덤&무뚝뚝한 선생님들의 반응을 보고 내심 시큰둥해졌다. 다 잘 받아주시는 게 아니네..... 잘 받아주시면 기분 좋은데, 무덤덤하시면 뭔가 민망 뻘쭘해지는 기분이니 말이다. 하지만 후에 안 사실인데, 사실은 반가우셨을 텐데 장소가 장소인 만큼 약간은 무덤덤하신 자세로 학생들을 대하신 맘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가 가면서, 서운한 마음은 저절로 풀리게 되기도 하였으니 때로는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만 상대방을 전부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함)


인사성이 좋은 것도 탈이다. 자주 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래서 상대방은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그러한 내적 친밀감을 애써 마음속에 구겨 넣는다. 그래도 불현듯 자주 본 이웃이 지나가면 반갑고 인사하고 싶은 맘이 솟아오른다. 오늘도 만났네 라면서 반가운 마음.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다가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다 인사하고 다닐 기세다.


 한편, 이렇게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해맑게 웃음을 짓고 매일 상냥하고 친절해 보인다면 호구되기 쉽다. 맥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뭐든 적당해야 매력 있고 개성이 있고, 캐릭터가 된다. 생각해보아라. 난 별로 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 사람이 만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인사를 건넨다면, 허파에 바람 들어간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겠는가. 그러니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현명한 인사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별로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는 나서지 않는 튕김과 감각을 발휘하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가 고품격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기본자세가 될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인사 했다가 혼자 속상해하지 말고.. 적당히 사회생활의 예의와 매너를 지키면서 해야 할 때 제대로 따스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참 좋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보고 반갑다고 표현하는 그 행위. "안녕" 그것이 이 냉장고를 넘은 냉동고 같이 초특급 얼음판 같은 사회를 조금 따스히 만들어주는 매직(magic) 일 수 있다.


안녕하세요는 상대의 맘을 녹이는
인간들의 언어이다.

-송블맇의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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