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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04. 2021

커피 한잔 해요.

사회현상 | 번호를 딴다는 것에 대하여

커피 한잔 해요.

강남역에서 길을 걷다 보면, 번호를 따는 픽업아티스트를 비교적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다른 역보다도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과 사당역이 특히 그러했다.  첫마디는 "제 이상형에 가까우셔서 그런데, 커피 한잔해요."로 시작한다. 이들은 처음 본 낯선 이에게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들이대는 것일까.


세상이 아무리 신석기시대의 자연 상태라고 할지라도, 혹은 지금처럼 과학 문명의 이기가 발전한 사회라고 할지라도 신은 남자와 여자라는 단 두 개의 성만 가지고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생태계의 법칙 아래 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낯섬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른 행성에서 온 우리들은 오늘도 많은 시간을 사랑과 관계에 할애하고 있다. 수많은 인기 가요곡이 사랑노래로 넘쳐나고, 이별 얘기로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랑을 갈망하고 추구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강남역 거리>

사랑의 형성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사랑을 배우고 느끼게 될까. 유아기적에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으로부터 사랑을 배우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에 동성, 이성친구들과의 교우관계에서 우정과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통해 우리는 매 순간 지속적으로 다른 과정의 사랑과 관계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사람은 사랑이라는 근원적인 감정을 통해 살아 숨 쉰다. 이렇게 서로를 호명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계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비행기 안에서>

사랑하면 왜 궁금해질까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처음 본 상대에게 다가갈 만큼 사랑이라는 것, 감정교류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다. 그 대상의 삶에 관여하고 싶고, 조금이나마 더 들여다보고 싶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궁금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 사람을 알아가야 할까? 정말 상대방을 위하다면 그 사람을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덧붙여 정말 성숙한 사랑의 모습은 그 사람의 모습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자제하는 것이 절제된 사랑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궁금하다고 해서 모든 영역에 100% 침입하고, 간섭한다면 그 사람의 본연의 라이프 스타일과 삶의 풍조를 방해하는 셈이 될 테니까 말이다. 그 사람을 그 사람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사랑의 건강한 모습이자 관계일 수 있겠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픽업아티스트들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호기심으로 꽉 찬 거리에서, 찰나의 시선을 믿지 않기에 바쁘고 빠르게 거리를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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