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맑은븐니씨 Jan 01. 2022

어린 시절 나에게 설렘을 주던 것들

<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 새해는 설레니까요.

새해가 되니, 입맛이 돋고 설렘이 생긴다. 1월 1일이 주는 날의 의미는 바로 이 설렘에 있지 않을까? 신년. 새해. 연시.라는 시작의 말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필자는 참 좋다. 새해라는 것을 빌미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올 한 해도 행복하십시오." 라고 말을 전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한 순간이니 말이다.


필자는 설렘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나이에 상관없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세상에 설렘과 호기심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를 젊게 만드는 진정한 늙지 않게 하는 '약'아닐까? 그렇게 나를 설레게 한 과거의 시절을 돌아보며, 성장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설렘의 추억을 부활시켜 보고자 한다.



A. 초등학교 시절 설렘을 주던 것: 구령대(조회대)

< 초등학교 구령대, 교장선생님과 블리 >

어린 시절, 우리는 조회대를 향해 일렬종대, 이 열 종대로 줄을 서며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교가를 부르며, 국민체조를 하고 대표로 상을 받는 친구들을 보기도 한 풍습이 있다. 우리는 조회 시간이 되면, 교실 안에서 실내화를 벗고 외출용 신발을 신으며 뛰쳐나갔다. 다른 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으로, 또 학년이 다른 언니&오빠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하며 신나게 뛰어나간 그 때 그 시절.


특히, 운동회나 학예회 같은 특별한 날들에 조회를 서는 것은 더 특별했는데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승리를 결정하는 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가 준비한 특별활동들을 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다른 반일 경우 조회 시간에 그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블리는 친구들이랑 잘 다투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큰 편이니 말이다.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던 날에 나는 남몰래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깊숙이 배어있는 농대교가 있는 곳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오랜 시간 구령대를 바라보며, 선택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 시점에 위의 모습처럼 상을 받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기도 하고, 천진난만하게 운동회를 참여하고 싶어 수줍게 웃고 승리라는 꿈에 가득 찬 나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텅 빈 초등학교를 보며, 어린 시절의 향수를 은은하게 느끼는 시간을 만들어보니 왠지 모를 씁쓸함과 먹먹함, 반가움과 듬직함이 교차적으로 느껴졌다. 거의 20년 만에 방문한 학교이니, 그 모습이 작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변함없는 그 모습에 가슴이 짠해지기도 했다. 그 장소는 그대로인데, 나만 커진 느낌을 느껴보면,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B. 중&고등학교 설렘을 주던 것: 우정&연애편지

< 이미지- 픽사베이 >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엔 성격이 참 내성적이었다. 활동적인 초등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친구 관계도 그 범위가 소수의 몇몇 친구들로 한정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친해진 친구들, 우연히 어떤 계기로 친해지게 된 친구들하고는 많은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친구들에게 좋은 말을 담기 위해, 오른손으로 펜을 꾹꾹 눌러가면서 한 줄, 두줄 써 내려갔던 그때 그 시절의 설렘의 감정은.. 지금은 느낄 수가 없다. 교복을 입고, 당시에 느낀 학창 시절만의 감정을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날들이 퍽 그리워지는 30대의 겨울이다.


생각해보면,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에게 " 너희, 교복 입을 때가 가장 좋은 나이 일수도 있어" 하고 지나가는 말을  주실   당시에는 선생님들의 말이 전적으로 공감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조금은   같기도하다. 결론은 교복 입었던 시절이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것이니,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C. 대학교 시절 설렘을 주던 것: 열람실의 추억

< 썸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 열람실 >

대학교 시절에 설렘을 주던 건, MT, 소개팅, 전공 수업 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브런치에서도 자주 언급했다시피 "열람실"에서의 설렘이 가장 강력한 듯싶다. 순서를 정하자면 열람실에서의 공부 > 전공 수업 > MT > 소개팅 이 정도가 설렘의 순서가 되겠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우고 학교를 보내면ㅋㅋㅋ거의 지워져 가는 나의 메이크업을 아주 못 봐주겠던지 한 동기가... "너 화장 좀 다시 하고올랰ㅋㅋ"라며 놀리곤 했다. 그 친구는 나를 잘 놀리고, 좋아해 주기도 한(?) 재미있는 친구였다. 거울을 보니 내가 봐도 웃기다. 눈썹은 반 날아가고, 피부 화장도 엉망진창이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긴 순간이다.


한편, 모두의 학구열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순간 나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주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저 음료수를 선물한 한 선배이다. 열람실이 설레는 건, 그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에는 별 감정이 없었지만 줄 곧, 그때의 시간을 많이 그리워하며 오랜 기간, 이 시간의 설렘을 떠올렸다.


D. 20대에 설렘을 주던 것: 술과 만남, 클럽과 헌팅

< L호텔, 야외 식사 타임 >

20대 중, 후반 설렘을 주던 것은 술과 많은 인연들. 클럽과 헌팅. 이런 것들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시그널은 언제나 설렘과 자신감을 준다. 그렇기에 정말 후회할 정도로 열심히 20대를 놀아본 것 같다.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할 만큼 놀았으니 말이다.


어떤 이는 실컷 놀아야 후회가 안 든다고 말하지만, 나는 너무 펑펑 놀기만 한 것 같아 후회가 된다. 너무 철없이 노는 것에만 앞장선 것이 반성이 되면서 말이다. 그래도 그 시절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며 만났던 설레는 모든 순간들이 모두 뼈와 살이 되어, 이제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근육이 형성되어 행복하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


30대가 된 지금 설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예상치 못한 인연들과의 만남, 브런치의 글 발행, 앞으로 도전할 다양한 버킷리스트가 설렘의 근원이 되는 것 같다. 늘 설렐 순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노화의 과정을 조금 늦춰보려고 노력한다. 설레지 않는 삶만큼 매력 없는 삶을 살기에는, 우리는 아직 젊고 아름답다.


<끝>

작가의 이전글 다래끼야,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