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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Aug 04. 2021

아빠, 나 면접 말아먹었어

송블리의 이직 여행기 l 면접관들과의 설전


이직 준비를 하던 나날에, 에피소드다. 나는 나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기에 나에게 적합한 기관에만 서류를 제출하였다. 그래서 비교적 서류통과는 쉽게 되었고, 면접장소에 갈 기회가 제법 많이 생겼다. 모태신앙으로 한 교회에 30년 이상을 다닌지라 기독교 기업에도 관심이 있었다. 어느 날 열심히 작성한 서류가 통과되고, 1차 면접을 보기 위해 본사에 오라는 합격 문자를 받았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내가 원하는 기독교 기업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무슨 의견을 써야 할지 하루 종일 고민하였다.


다행히, 논술과 관련해서는 보도자료를 보고 요약하는 문제, 시사 관련한 문제를 보는 것이라서 크게 어려움 없이 평소의 신문에서 보았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장기간의 이직 준비기간인지라, 더 이상 무서울 것도 겁나는 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와서, 거침없이 필기시험에 나의 의견을 휘갈겨 적고 나왔다. 이제 면접관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다. 나는, 특이체질이라 그런지 면접관을 만나는 시간이 떨린다기보다는 사실 그 시간이 제일 반갑고 설렜다. 오늘은 무슨 질문이 나올지 어떤 분들을 만날지 설렘을 가득 안고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세 명의 면접관이 있었다. 한분은 EBS에서 오랜 근무를 하신 분, 한 분은 KBS 관련한 일을 하신 분, 그리고 이분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 같은 면접관 한분이 있었다. 면접관도 셋, 면접자도 셋이었다. 기독교 방송사라서 성경과 종교 관련한 질문도 있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가운데 내가 어떤 면접관의 답변을 듣고 괜한 오기가 발동하게 되었다. 직접적인 압박면접도 아니었는데 괜한 어린 마음에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발동했다. 그래서 그 면접관이 면접자들에게 "취미가 어떻게 되시나요? 한 가지만 말씀해보세요." 하는 질문에, 나는 또 엉뚱한 답변을 해버렸다.

<EBS 대외활동 당시 인터뷰 참여 모습>

나- "찬송가 들으면서, 설거지하기입니다." 

면접관 일동- "..."


한 가지를 말해야 되는데, 두 가지를 말했다. 저렇게 말하고 나와서 아빠, 엄마 생각이 났다. 후회가 되었다. 그렇지만 필기점수가 좋았던 모양인지 2차 면접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2차 면접을 합격하면 최종 합격이다. 이 장소에서는 원하는 연봉까지 직접 말하고 (별로 많이 부르지도 못하는 성격이다), 좋아하는 학자까지 고백하고 나왔다. 하지만 최종 합격은 하지 못했다. 혁명가적인 맹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 당시엔 내가 당연히 될 줄 알고 최종 합격을 하지 못한 현실에 슬퍼서 펑펑 울고 술도 마셨다. 근데 이내 또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평정심을 가지고 다른 회사를 준비했다. 불합격의 시간이 길어질 때에는, 면접의 기회가 있는 것을 감사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저런 회식자리에서나 오가는 장난스러운 답변을 줄여야겠다고 반성했다. 아직도 그 면접관들이 최종면접까지 불러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앞으로는 조금 더 성숙한 답변을 준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취미도 잘 생각해봐야겠다. :)


#나만슬픈거아니지 #나만애써웃고있는거아니지 #세상은아름다워요 #송블리의경험담 #면접관님들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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