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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Feb 23. 2022

엄마와 나의 돌이킬 수 없는, 어긋남 (재발행)

<다블리의 일상다반사> | 서로 상처주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분이 좋지 않다. 호르몬의 문제인지, 체력의 문제인지 비타민과 각종 약으로도 체력을 보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들려오는 '일어났니~?'소리가 예민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냥, 혼자 조금 알아서 준비하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며칠 전에는 몸이 너무 안좋은 상태에서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화가 주체가 안되고, 폭발해버렸다. '그냥, 신경쓰지마. 알아서 할거니까'라고 질러버렸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참고 참고, 참다가 말을 한 것이기에 칠성 사이다를 먹은 기분처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는, 그렇게 나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고 서운한 모양인지 괜히 가만히 있는 아빠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거, 그렇게 놓지 말랬지!"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는 아빠를 괜히 혼내니 아빠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럽고 억울한 입장일 수도 있겠다. 나는 저 행동의 의미를 안다. 엄마의 행동은, '딸이 지금 나에게 화를 내어서 내가 속상해'를 의미한다.

 나는 부모님에게는 다정다감한 딸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오랜 시간 갈등 관계에 놓여서 예전처럼 살가운 딸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어진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께 모든 것을 전부 말을 하지 않고, 혼자 독립심을 기른다는 목적 하에 힘들고 지치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 살기도 바빴다. 부모님이 나에게 작은 부탁을 하면, 조금 힘이 들기도 하고 버겁게 느껴지곤 했다. 한마디로, 자기 살기 바빠지니까 부모님의 작은 부탁도 때로는 정말 크게 느껴지고, 귀찮게 들렸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아빠, 엄마밖에 모르는 부모님 해바라기였다. 공부에 열정적이고,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것 etc. 모두 아빠,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듯 싶다. 잠이 오는 순간에도,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모든 과목의 범위를 철저하게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수행평가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충하면, 아빠,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미안해졌다. 그 나이에는, 부모님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 한편으로는 후회가 없기도 하지만, 그들을 위한 나의 효도의 마음은 그 시간이 가장 큰 시간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나에게 큰 기둥이 되어준 아버지, 어머니. 부족함 없이 길러주셨지만, 우리 가정에 없는 부분을 많이 탓하고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 마음 속에 맺힌 '한'같은 정서는 쉽게 없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참 과분하고 고마운 환경에서 자라게 해 준, 세상에서 내가 모진 매를 맞을 때에도 내 편을 들어주실 분은 우리 부모님이라는 것을 나는 알기에 그들을 여전히 존중한다. 부모님과 갈등과 마찰이 클수록, 내가 하는 작은 행동에 그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상처를 받을 수록, 나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많이든다.


 "엄마는 너무 소녀같아.. 왜 저런 말에 상처를 받을까", "이미 너무 많이 싸워서, 엄마에게 상처주는 말을 해도 미안하지는 않아", "엄마가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을 수는 없을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나기도 하고, 애증이 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니...아침에 나의 목소리에 상처 받아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나를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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