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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Mar 22. 2021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맞은 후기

지난주 목요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현재 50세 이상인 사람들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 아이들 보육교사 등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데요, 저의 경우 루푸스라는 기저질환이 있기 때문에 50세 미만인데도 먼저 맞으라고 연락이 왔어요. 남편은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백신의 부작용 때문에 가기 전부터 겁이 나더라고요. 혈전? 마비? 어흑! 뉴스를 보면 얼마나 떨리던지요. 주변에서 이미 맞은 영국 사람들의 증언을 들었어요. 친구 Jill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했고요, Jamie는 버스에 치인 느낌이었데요. David은 한 이틀 앓아누웠었고 Willam은 괜찮았다고 하더라고요. 사람 따라 천차만별인데 과연 저는 어떨는지 솔직히 무섭더라고요.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고 날짜를 뒤로 미룰까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일상이 바쁘다 보니 어느새 가야 할 날짜가 다가왔지 뭐예요. (흠, 우유부단함의 끝판왕 같으니라고!) 갈팡질팡 하다가 어영부영 가서 맞고 말았습니다. 약속 시간이 11시 32분인 것으로 보아 촘촘히 스케줄이 짜여 있는 것 같았어요.  


센터 내부 풍경


백신 센터에 도착하여 본인 확인을 거친 후 약 1분 간 기다렸는데 바로 저의 순서가 오더라고요. 담당 의료진이 약이나 음식 알레르기는 없는지, 오늘의 컨디션은 어떤지 체크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아스트레제네카 백신인데 괜찮지? Are you happy with that? 하고 물어봤어요. 어쩝니까. 이미 갔는 걸. 예스 하고 대답했더니 3초 만에 접종이 끝났습니다.


직접 운전을 해서 온 사람들은 대기실에 앉아 15분을 기다린 후에 나갈 수 있었어요. 저는 남편이 운전을 할 거라 바로 나가도 되었는데, 착각을 해서 3분 정도 기다렸다가 나왔지요. 그런데 정신이 약간 몽롱해지더라고요. 심하진 않았지만 살짝 어질어질하기도 했고요.


왼쪽: 우리 동네 NHS 백신 센터 / 왼쪽: 백신 센터 가는 길목에서


에든버러까지 나온 김에 장을 볼 겸 해서 중국 마트에 들렀어요. 배추며 한국 음식들을 잔뜩 사 가지고 집에 왔지요. 몽롱한 기분은 계속 있었는데 심하진 않았어요. 어머? 나는 아무 이상 없이 지나가는 거야? 하고 쾌재를 불렀는데 밤부터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오한이 들면서 어깨, 등, 팔 등에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잠이 쉽게 들지 않아 한참을 뒤척였어요.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이번엔 온몸에 두드려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맞아본 적이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꼭 이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팍! 왔어요.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진통제를 먹고 낮잠을 잤답니다.


약효는 좋더라고요. 약을 먹으니 다시 가뿐해졌지요. 그렇게 저녁을 잘 보내고 잠자리에 드니 또 오한과 근육통. 약을 먹고 잤어요. 다음날까지 정도는 약해졌지만 비슷한 상황이 다시 한번 연출이 되었는데 저녁부터는 증상이 가라앉았답니다. 정리해보자면 열은 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이틀 정도 오한과 근육통, 주사 맞은 부위의 통증 등이 있었어요. 이 정도면 양호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영국정부는 올해 7월 말까지 18세 이상 성인에게 1차 접종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영국이 세계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백신 접종이 빠른 나라인 것 같은데 (현재까지 2천 8백만명 1차 접종 완료)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 수가 많다는 것이예요. 오늘 새로 감염된 사람의 수는 약 5,300명. 우리나라는 400명 아래이지요.




이 그래프를 보면 5천이 넘는 이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어요. 약 1월 경에는 6만 명도 갔었군요. (집에만 있어서 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다행? ^^)


올 7월이 되어 영국 성인의 대부분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나면 감염자 수가 팍 줄어들까요? 궁금하네요.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항체가 온전히 만들어지려면 2차 접종까지는 마쳐야 하겠지요. 시간이 더 걸릴 듯 합니다.


영국 사람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올 여름에 놀러갈 계획을 세우며 숙소, 비행기 등을 예약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다가 혹여 다시 감염자 수가 늘어날까 봐 걱정이지만 마음 한 쪽에서는 맘껏 여행하는 날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기도 해요. 부디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서 마스크 벗고 편히 숨쉬며 옆에 사람 맘껏 안아줄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짧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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