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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28. 2023

미니멀 라이프 1년을 돌아보며

아직도 가야할 길

내 입에서 '미니멀 라이프'네 뭐네 하는 말이 나온 지 1년이 되어 간다. 시간은 쏜 살 같다. 그새 많은 일이 있었다. 큰맘 먹고 집정리를 시작했지만 계속 뭔가 어긋나고 도루묵 되고 다시 마음 잡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책, 영상, 블로그 등을 통해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의 과정을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글쓰기도 시작했다. 몇 차례 쓰다가 관둘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쓰고 있다.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잡아두는 데 글만큼 효과적인 건 없으니까 이렇게 문자로 남겨 놓으면 그 어떤 것보다 동기부여가 되고 마인드셋이 될 것 같았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무얼 하든지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즘과 관련지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로 여러 사람들 앞에 선언한 꼴이 된 덕분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계속 실천을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하는 글쓰기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책 출간 제의도 받아서 2차 교정을 보는 중이다. 올 12월에 출간 예정이다.    


가장 힘들 거라 생각했던 건 책과 사진 정리였으나 예상 밖으로 잘해나갔다. 한 권 한 권, 한 장 한 장 확인하며 버리고, 기증하고, 필요한 사람을 찾아 나눠 주었다. 의외로 냉장고 정리가 힘들었다. 나라는 사람이 먹거리에 대한 집착이 그렇게 강한 줄 이참에 알게 되었다. 오늘도 집 앞 마트에 들렀을 때 빵을 두 종류나 사고 말았다. 유통 기한 전에 다 먹어야 할 텐데. 흠. 휴우.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는 그것이 실행가능하지도 않으면서 욕심만 부리는 처사는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예스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쳐냈다. 생활 전반에 미니멀리즘을 박아 넣으려 노력했다. 경제적인 이득보다는 삶의 여유를 챙기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원하는 대로 살 것 같았다. 잘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 아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의 마음이다. 얼마 전 지인 몇 명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성격상 무얼 하던지 동네방네 떠드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은 내가 미니멀리스트를 부르짖는 걸 여러 번 들어온 터였다. 오랜만에 집을 방문한 그들은 우리 집을 꼼꼼히 살피다가 한마디 했다. 


"뭐야, 미니멀리스트라더니 물건이 아직도 많네?" 


어이쿠, 이럴 줄 알았다. 내 딴에는 장롱 속에 있는 인테리어 용품을 절반 이상 정리한 것이었다. 모두 꺼내 안 쓰는 것은 기부하고 쓰고 싶은 건 전부 진열을 했다. 창고 안에 숨어 있는 건 하나도 없게 만들었건만. 하지만 사람들은 그동안 우리 집 장롱에 얼마나 많은 것이 숨어 있었는지 몰랐으니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한 말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한 말들이었고 다소 장난기가 담겨 있기도 했지만 사실 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신경이 쓰였다. TV에 나오는 깔끔한 집을 상상하고 오면 어쩌지? 지난 1년 간의 내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의 손을 잡아 끌며 무슨 소리냐고, 여기 좀 보라고, 주방 서랍을 열어서 얼마나 헐렁하고 여유가 있는지 보여주면서 부연 설명을 하고 말았다. 


완벽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수나 있었을까. 나는 아직 완전한 게 아니고 워낙 짐이 많았기 때문에 어차피 한 번에 정리할 수도 없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게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긴장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남들의 시선에서도 미니멀리즘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나씩 깨달으며 한걸음 또 나아간다. 


2년 차엔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 가득이다.  



거실 풍경 1 - 이렇게 보면 나름 깔끔
거실 풍경 2 - 이렇게 보면 뭔가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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