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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Dec 26. 2023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죽기 전까지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아니, 그보다도 건강하게 두 발로 서서 책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나에게는 루푸스라는 지병이 있다.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했던 탓에 골다공증도 있다. 한동안 끊었던 루푸스 약을 담당 의사가 다시 복용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약이라고 한다. 무섭다. 이미 부서지기 쉬운 뼈를 갖고 있는 데다가 약의 부작용 탓에 나이 들면 앞도 안 보인 채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상상이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은 아름답다. 비록 건강한 몸뚱이는 아니지만 "근력 운동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군"하며 계획을 짤 수 있고 긍정을 담은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며 책을 읽고 여운과 감동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주어진 오늘을 충분히 누리는 것,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기뻐하는 것, 엉뚱함과 당당함을 오래오래 유지하며 재미있게 사는 것, 언제 없어질지도 모를 건강을 걱정하기보다 산책을 하며 두 발을 열심히 놀리며 춤을 추는 것. 진짜 많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위고>를 읽다가. 독후감 아니고 독중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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