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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 애였어.
너에게 오기까지 이십 년이 걸렸나 봐. 그동안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깐.
단번에 알아봤어.
그 얼굴…
네가 늘 봄햇살 같다던 그 얼굴… 어찌 잊을 수 있겠어. 세월이 흘러도 그 애는 봄햇살 그 자체인데.
나, 담배 한 대 좀.
잊힐 줄 알았는데… 그 아인 여전히 내 질투심을 자극해. 나 참 웃기지 않니? 태어나 지금까지 단 하나만 그 아이보다 못 가졌을 뿐인데, 그 한 개를 그 아이한테 줄 수 없어 평생을 미워한다는 게 참 웃기지 않니?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인가 봐. 여전히 밉더라 그 애가.
지환아.
네가 그 앨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나 이렇게 엉망으로 살지는 않았겠지? 다들 너무 잘나서 막 사는 줄 알아. 남부러울 게 없어서 등 따시고 배불러서 무료해서 그러는 줄 알아. 내 진정한 아픔이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넌 알겠지? 넌 알아야 돼.
그래야 내가 날 용서하지.
아~~
내 마음처럼 공허한 저 창공을 바라보니 네가 좋아하던 이해인 수녀님의 가을편지가 떠오른다.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완연한 가을날. 네가 참 보고픈 날.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나는 날. 넌 여전히 내 사랑이구나.
-H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