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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Jul 18. 2020

그 사람은 아직 제 사진첩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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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저를 기다렸나요? 궁금하네요. 아직 저란 존재가 당신께 보고 싶은 사람인지…

요즘 뜸했죠?

저 식구가 생겼어요. 40 평생 저만의 공간을 갖지 못해 당신 빼고는 누구도 품지 않았는데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누군가를 집안으로 들이게 되네요.  

처음에는 손이 들 가는 반려식물을 들였어요. 한놈 두 놈 키우다 보니, 어느새 베란다가 작은 정원이 되었지 뭐예요.  글쎄, 나비까지 날아와 베란다 창문에 딱 붙어서는 허풍이 심하다고요? 아닌데, 진짠데.

참 예쁘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절로 눈이 맑아지고 코끝으로 풍겨오는 그 싱그러움이 없던 입맛도 돌려놓더라고요. 한동안은 퇴근해서 집에 오는 게 그저 행복했어요.  드디어 나한테도 가족이 생긴 건가 싶었죠.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평소처럼 반려식물에게 이러쿵저러쿵 혼잣말하며 잎사귀를 닦아주는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떨어지지 뭐예요.  당황스러웠죠.  '나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러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명치끝에 맺힌 멍울이 꺼억꺼억 올라오는 거예요.

하…

외로웠나 봐요.
온기를 느끼고 싶었나 봐요.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나 봐요.

저 참 바보처럼 살았죠?
눈 딱 감고 다른 쪽 문을 열면 되는 거였는데… 그게 어려웠네요.

이미 지난 과거 다 잊고 이제라도 식구를 들이자 싶어, 잠깐요. 벌써 웃음이 나요. 요 꼬맹이가 얼마나 잔망스러운지 당신 모르시죠? 진짜 콩알만 한 게 절 들었다 놨다 한다니깐요. 말썽은 또 얼마나 피우는지 화분을 두 개나 망쳐놨어요. 속상했냐고요? 아니요. 화내려고 입술까지 깨물었는데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폴짝 제 무르팍에 올라와서는 배에 얼굴을 묻는데 혼낼 수도 없고 또 그냥 쓰담 쓰담했지요.

얘가 아무래도 제 맘 속 당신 자릴 꿰찬 거 같아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요. 아시죠? 언제나 당신한테 져서 두 손 두 발 든 건 저란 걸.

꼭 기억해줘요. 모든지 아깝지 않게 내어줄 수 있어서 그런 사람인 당신이 날 사랑해줘서 언제나 행복했다는 거.

-S가-

'이다음에는 내가 너의 개가 될게'
-by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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