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열(愛悅)했기에 애열(哀咽)한 계절, 겨울

내 바다는 당신으로 인해 요동치고 있음을.

by 파인트리

당신에게서 받을 사랑엔 기한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애틋한 것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떠나가네요.

목이 멘 채로 한 번 더 이름을 불러볼걸.

당신의 얼굴을 내 눈에 더 오래 담아 둘걸.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몰랐을 그때에 말이에요.

어쩌다 우리 이야기는 해피엔딩의 장편소설이 아닌

그저 찬란하고도 비극적인 짧은 시 한 편이 되었을까요.

이 모든 게 주인공이자 작가이자 독자였던 내 탓일까요.

따뜻한 계절이 되겠다 생각했던 이번 겨울은

차가운 솥 끝만 아려오는 계절이 되었네요.

자꾸만 벅차오르는 숨으로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입김 속에

나는 당신의 이름을 담아 흘려보냅니다.


잠자리가 차가우면 악몽을 꿀 가능성이 높아진대요.

함께 잠이 들 때 내가 악몽을 꾼 적이 없다는 건

당신의 따뜻한 온기 덕분이었겠지요.

그리고 지금 내가 악몽을 자주 꾼다는 건

나를 지켜준 그때의 당신의 온기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제는 그 온기가 내 옆자리 빈 곳에 희미하게 남았지만

그마저 찬 바람에 증발하지 않게 이 온몸으로 막아보렵니다.


차가운 당신에게 나의 온도가 번져 미지근해질 때까지

매일 밤 흐려진 눈으로

무채색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합니다.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서로가 다른 색을 띠기 시작할 때

그때도 나는 평생 기억하렵니다.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또 보고 싶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의 진동을 느끼며

당신에게 거친 물음표를 띄워 보내고 싶습니다.

당신도 내가 그리운가요.

솟구치는 미련을 떨어뜨리며 먼 길을 걸을게요.

혹여나 길이 겹치면 내가 흘려둔 자국 위를 밟으며 와주세요.

그리고 나를 발견하신다면 다시 한번 안아주세요.

오래 걸려도 괜찮습니다.

'미안해, 너무 오래 걸렸지.'

이 말 한마디면 저는 다시금 요동치다 결국 잔잔한 파도가 될 테니까요.


나는 이곳에서 영원할 테니

지나가다 한 번쯤 들러주세요.

나는 우리의 숨소리와 추억이 담긴 가을을 회상하며

더 싸늘해진 겨울을 보냅니다.

우리의 형태가 간직된 폴라로이드를 보고

삐뚤 하지만 진심이 담긴 글씨체로

서툴게 써 내려갔을 편지를 읽으며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기다립니다.

운명의 실을 따라 걷다가 다시 만날 수 있게

홀로 떨리는 손으로 끊어져가는 실을

매듭지으며 잇고 있으렵니다.

결국 우리는 만개하지 못했지만

그저 뿌리를 깊게 내리는 과정이었다 생각할게요.

티끌 한 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대가 없이 기한 없는 기다림을 할 수 있는

당신이 바다라면 빠져 죽어도 좋을 나는

오늘도 당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천장에 써 내려가다

눈물을 억지로 삼키고 잠에 듭니다.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충분히 무너질 수 있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다음번에 만나면 우리 너무 열렬하진 말아요.

그저 목가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길.


- 파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