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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Nov 20. 2020

비누를 쓸 거야

독립하겠습니다_5

지금 집에서는 그냥 아무 샴푸나 쓴다.


그냥 엄마가 사다 둔 바로 그 샴푸. 아니면 명절이라서 들어와 있었던 바로 그 샴푸. 때로는 퍼퓸 샴푸였다가 때로는 한방 샴푸인 그 샴푸들을 쓴다.


별 불만은 없다. 하지만 별 감흥도 없다.


매일 아침 하는 루틴인데도 이렇게 아무런 만족도 없으면서 아무런 개선의 의지가 없을 수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하는 루틴이니까 그렇다. 익숙하고, 어찌 됐든 할 것이니까.


하지만 하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마음에 드는 샴푸바와 비누로 대체하기. 플라스틱 펌핑 용기에 들어있는 샴푸를 사는 대신 포장 용기가 따로 없는 비누를 사용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버리는 플라스틱도 줄어들고, 쓸데없이 여러 번 펌핑해서 마구 흘려보내는 샴푸도 줄어들 테다. 선반에 올려놓고 펌핑을 하다가 선반 지지대에 무리를 주는 일도 없어지겠지!


사실 나는 비누를 좋아한다. 특히 막 깠을 때의 그 잘 마른 비누의 촉감. 그리고 손 안에서 둥글릴 때의 그 매끄러움. 액체 형태의 샴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물성이 마음에 든다.


가끔 비누 사용이 싫어지는 시기도 분명 온다. 거의 다 써갈 즈음, 비누 받침대에 고여있는 물 때문에 찐득찐득 물컹물컹해지는 그때는 마저 사용하기보다는 그저 흘려보내버리고 새로운 비누를 까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럴 땐 얼른 새 비누를 꺼내 덩어리를 합쳐 놓는다. 처음엔 영 서로 따로 놀다가 어느새 엉겨 붙어 있는 비누를 발견하면 잘 안착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다시 마음껏 손 안에서 둥글릴 수 있게 된다.


샴푸들이 액체 형태로 된 건 계면활성제를 넣기 때문이란다. 좀 더 거품이 잘 나도록, 좀 더 미끄러워지도록 넣는 거다. 실제로 세척력에는 계면활성제가 있든 없든 별로 상관이 없단다. 물론 샤워 용품은 세척력도 중요하지만 향도 중요하고 씻고 나서의 머릿결이나 몸결도 중요하다. 너무 뻣뻣하면 기분이 안 좋으니까. 비누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사용 후 건조해진다는 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시중에 나와있는 좋은 샴푸바 바디 바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미지 출처: 러시 코리아, 동구밭, 한아조 홈페이지

이미 러쉬 비누들은 간증 글이 철철 흘러넘치고, 한아조와 동구밭 같은 국내 브랜드들도 인기를 타고 있다. 홈페이지만 둘러봐도 색감에 취한다. 심지어 러쉬 비누들은 비건 비누들도 있으니 어서 빨리 써보고 싶은 마음이 물씬. 이렇게 향기와 성능은 물론, 빛깔도 다 갖춘 브랜드들이 많고, 또 계속 생기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이한 비누라면 천연 소재를 사용한, 단조로운 색감의 잘 무르는 비누들 뿐이었는데, 지금은 매일 새로운 브랜드들이 인스타 광고에 떠다닌다. 그런 게 있었어?라고 하기엔 이제 너무 가까이 와있는 비누들. 굳이 안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 욕실은 어떤 향과 빛으로 채워볼지, 욕실을 넘어 부엌 세재는 또 어디 것을 골라볼지. 벌써부터 장바구니가 꽉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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