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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Dec 07. 2020

마 이게 전세 대란 아이가

독립하겠습니다_6

말로만 듣던 전세 대란을 겪고 있다.


원래 집을 처음 알아볼 때는 월세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매물도 많고, 어차피 큰돈을 빌리면 월세나 전세나 또이또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같은 나부랭이에게 큰돈을 빌려줄 이유가 없으므로 전세 보증금이라는 큰돈을 대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적금과 주식에 넣어둔 돈을 깨기가 싫었다. 그래서 전세 말고 월세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하나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서 말이다.


그러다 어떤 부동산에서 왜 전세는 알아보지 않느냐 물어보셨다.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 묶어놓은 돈을 깨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냥 아는 조카라고 생각하고 말해주는 거라고, 한도 알아보는 건 아무 데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한번 알아나 보라고 했다.


그래서 한 번 알아보기나 하자 싶었다. 그런데 웬걸, 전세대출 한도는 그냥 전셋집의 보증금 가격에 비례해서 나오는 거였다. 게다가 신용대출 금리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뭐 얼마나 대출을 당겨도 엔간한 월세보다 이삼십은 싼 축이었다. 이게 바로 아는 것의 힘인가.


타깃을 돌려 전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월세로 볼 때는 그렇게나 많던 매물들이, 전세로 필터를 바꾸자마자 깡그리 깽깽 사라졌다. 그래도 아주 없진 않았다. 몇 남지 않은 매물들 중에 고르고 골랐다. 그런데 이상한 말들이 있었다. 전입신고는 불가하고 전세권 설정을 하라고? 전입신고는 되는데 전세대출은 안된다고? 대출 없이 이 돈을 만들 수 있으면 내가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샀지 전세를 구하겠나! 하는 씩씩대는 마음으로 전입신고 전세대출 가능하다는 매물을 고르거나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매물들에 전입신고 전세대출되는 매물인가요 라는 구구절절 열다섯 글자를 반복하고 반복해서 보냈다.


매물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상했다. 그래 이 정도 가격이면, 하는 곳들은 다 전입신고나 대출이 안 되는 곳들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싸게 내놓은 거였다. 전입신고와 전세대출이 모두 되는 곳은 그렇지 않은 매물들보다 몇천만 원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를 내는 것보다 영 끌 해서 받는 대출 이자를 갚는 것이 다달이 지출이 적은 편이라 이를 악물고 집을 찾았다. 집을 볼수록 또 고통스러운 것은 눈이 결국 올라간다는 것이다. 여기는 사이즈가 아쉽고 저기는 뷰가 아쉬우니까 발품을 더 팔아보자 팔아보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몸은 지쳐간다. 발품을 팔아야지 팔아야지 하면서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나 속이 상한다.


하지만 타협을 할래도 매물이 있어야 말이지, 새로 발견한 매물 방이 있냐 볼 수 있냐 연락하면 어제 나갔다고 하고, 애매해서 결정을 보류했던 매물들도 다시 고려해볼 참이면 이미 빠지고 없다. 그 와중에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집은 아빠에게 기각당했다. 휴 어느 세월에 집을 구하지, 이 넓은 서울 땅에 내 몸 내 맘 하나 정붙일데를 찾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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