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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Dec 26. 2020

대출을 받으니 마치 어른이 된 것 같네

독립하겠습니다_8

집을 구했다. 결국 이전에 아빠랑 같이 봤던, 그리고 아빠도 마음에 들어했던 그 건물이다.


처음에 법석을 떨었던 조건을 다 만족하는 집은 아니었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집이 좁았고, 북동향이라 내가 가장 바랐던 방향도 아니다. 그래도 새 건물이라 내가 처음 쓰는 사람이 될 테고, 역에서 아주 가깝고, 뷰가 좋았다.  게다가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하고 전입신고도 가능한 집은 아주 귀했다. 계속 매물은 하루만 고민하면 그다음 날 바로 사라져 있었다. 여기까지 놓치기 전에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마음을 정하면 가계약이라는 걸 한다. 약 100만 원 정도 되는 돈으로 이 집을 찜하는 거다. 그러고 집주인과 스케줄을 맞춰 만난다. 계약서 쓰는 날의 계약금은 보증금의 10%. 그러고 나머지 90%와 복비는 실 입주 당일 지급해야 한다. 90%를 지급하기 위해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가 남는다. 바로 전세자금 대출받기.


대출에 대해서는 집을 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전세라는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거였으니 말이다. 한도가 너무 낮게 나오면 어떡하지, 금리가 너무 높으면 어떡하지 조마조마했다. 어느 타이밍부터 알아봐야 하는지도 헷갈렸다. 매일 은행 앱을 열고 대출한도와 최저금리를 조회했다. 미리 실제 한도를 보고 싶었지만 계약서가 없으니 미리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되었다는 것!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내가 파악한, 전세자금 대출받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사전에 은행 앱 등을 이용해서 미리 한도를 알아보고, 그걸 기반으로 예산에 맞는 집을 알아보기


나는 하나, 국민, 신한, 기업, 우리은행에 계좌가 있고 앱도 다 받아져 있어 앱으로 대출 한도를 조회했다. 보다 보면 은행마다 이율도, 한도도 조금씩 다르게 책정되니 대략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 일지 감을 잡는 정도로 참고.

카카오 뱅크에서도 대출 금리가 꽤 괜찮은 편이었는데, 나처럼 아직 집주인 명의로 집이 안되어 있는 경우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댔다. 이런저런 제한사항이 눈에 보이지 않게 있으니 미리 고객센터에 연락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중에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핀다에서 가입 없이도 내게 맞는 대출상품이 어떤 것일지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으니, 이것도 참고 삼아 한번 돌려봐도 괜찮은 것 같다.


여기서 이런저런 정보를 넣고 돌리면 결과를 카톡으로 알려주는 구조였다.

2. 집 가격에 따라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이 달라지므로, 예산안의 집을 알아보면서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기

3. 은행이나 지점마다 최저금리가 다르다고 하니 발품을 팔아보거나... 아니면 결국 각 은행별 최저금리를 맞추려면 급여이체, 주택청약, 카드 사용 등의 실적을 맞춰야 하므로 가장 귀찮음을 최소화하려면 급여이체 통장 하던 은행을 위주로 알아보기. 목돈을 빌리는 것이니 0.1% 가 생각보다 크다.

4.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고, 어디서 대출을 받을지 결정했다면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지점에 방문하거나, 앱으로 대출 상품을 신청

5. 미처 챙겨가지 못한 서류들은 팩스나 메일로 보내고 기다린다. 끝!  


들어가는 집이 새집이고, 내게 받는 전세 보증금으로 집주인분도 잔금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빨리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을 진행한 주말 바로 다음 월요일, 그 동네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앱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던데, 내가 들어가는 집은 신축이라 DB에 검색이 안되어서 지점 방문이 필수였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미리 준비해갈 서류들을 알려준다. (사실 이때 안 가져가면 은행에서 추가로 제출하라고 안내해주시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듯했다) 소득금액 증명 서류나, 개인 확인 서류 등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집에서도 언제든지 뽑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그중 확정일자부 계약서라는 것이 포함되어있었다. 

확정일이라는 건 전입신고를 해야 받는 날짜인 줄 알았고, 나는 돈을 계약 당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초조했다. 하지만 조금 알아보니 인터넷 등기소에서도 미리 받아볼 수 있는 거였다. 물론 동사무소를 찾아가도 되지만 시간도 없고 머니까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 일요일 저녁에 신청했는데, 월요일 아홉시즘엔가 벌써 처리를 해주시더라. 우리나라 빨리빨리 역시 최고!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제일 좋을지 은행 앱에서 나오는 대출한도를 기준으로 골라 방문했는데, 정작 방문해보니 한도는 괜찮았지만 금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최근 주택 정책이 바뀌면서 금리가 올랐다고 했고, 최저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이런저런 다른 실적을 채워야 했는데 다른 은행에서 들고 있는 주택청약 등이 있어서 딱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좀 좋았던 건,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많이 받는 게 좋을 수도 있는데 더 이자율이 낮은 상품을 계속 알아봐 주셨던 점이었다. 대출 나 같은 경우에는 소득을 기준으로 한도를 책정하는 상품이 한도는 비슷하게 나오는데 이율은 더 낮을 수 있어서, '갑종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이라는 걸 받아서 보내주면 한도를 다시 알아봐 주시기로 했다. (결국 이 상품으로 가입!) 모른 척 안 알려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괜히 더 감사했다.


회사로 돌아와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챙기고, 하루 뒤에 보내드렸다. 대출 심사는 일주일 정도 뒤에 다 마무리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입주 당일 임대인 계좌로 바로 송금이 될 거라고 알려주셨다. 이게 바로 전세자금 대출받기 스텝의 완성.


이제 남은 건 입주일이 되어서 대출로 커버되지 않는 남은 돈들을 송금하는 것. 그리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는 것, 그러면 정말 나는 법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다.


캬, 이렇게 억 소리 나는 대출을 받고 나니 마치 이제는 정말 어른 같다. 나, 이제 진짜 독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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