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겠습니다_9
하루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내 생각엔 잠과 당이다.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게 있다면? 잠이다. 당이야 그때그때 채우면 보충이 되지만, 잠은 시간을 내어 쪽잠을 자기도 어려운 데다가 한번 피곤해지면 자도 자도 졸리기 때문이당.
그렇다면 잠의 질은 뭐가 결정할까. 낮에 커피를 얼마나 늦게 마셨는지? 하루 동안 스스로를 얼마나 고단하게 만들었는지? 물론 이것들도 어마 무시한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직접적인 요소는 바로 잠자리일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는 조도와 온도와 습도, 각도가 결정하지.
먼저 첫 번째 조도. 밝으면 깊게 잠들기가 어렵다. 톡톡한 암막커튼으로 모든 빛을 가두어 완전한 어둠을 만들었을 때 잠이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어둠 사이로 내 눈이 또랑또랑 빛나는 걸 느낄 때도 있다. 오히려 가끔은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이 안심을 주기도 한다. 마치 안 놀토 토요일, 교실의 불빛을 다 꺼놓고 영화를 보고 나서의 그 나른한 기분처럼. 잠이 적당히 오는 조도가 있다.
두 번째 온도. 날이 너무 추워도, 빵빵한 전기장판에 등이 너무 후끈거려도 깊은 잠을 들기 어렵다. 땀이 나서 깨기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덜덜 떨다 깨기도 하니까 말이다. 사실 제일 쾌적한 잠자리는 두껍고 무게감 있는 뽀송한 이불 안에서 에어컨 바람 선선히 나오는 호텔 방이지 않은가. 적당히 아늑하면서도 적당히 선선한 온도가 중요하다.
습도는 나 같은 비염인에게는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건조한 겨울, 보일러까지 틀어놓으면 코가 바짝바짝 말라온다. 잠을 들려고 해도 도무지 숨 쉬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 장마철 끈적한 습도에도 도무지 잠은 오지 않는다. 이불을 덮어도, 안 덮어도 이상한 기분. 이렇게 습도가 중요 하당께!
마지막으로 하나를 추가해보자면 각도가 또 커다란 한 끗이다. 괜히 뒤척이게 되는 날이 있지 않나. 매일 베던 베개가 괜스레 높게, 혹은 낮게 느껴지는 날. 그래서 옆으로 누워도 바로 누워도 뭔가 어색한 날. 혹은 다리를 접어도 펴도 이상하게도 몸의 각도가 부자연스러운 날. 이런 날 필요한 건 어떻게 몸을 뻗어대도 나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줄 커다란 잠자리다. 호텔에서 왜 그렇게 잠이 잘 오게. 평소 쓰던 것과 다르게 더블베드 퀸 베드 쓰기 때문이다 이거야. 역시 침대는 대대익선.
들어갈 집은 신축 복층 오피스텔. 아래층 면적은 넓지 않지만, 그래도 복층을 오롯이 침실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약서 작성일, 집을 다시 보러 가서 가장 먼저 한 건 복층 너비를 실측한 것. 다행히 내가 계획한 대로 퀸 사이즈 매트리스가 꼭 들어갈 만큼의 면적이다. 층고도 낮아 딱히 활용하기도 애매한 복층. 꽉 차는 침대 위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