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겠습니다_12
왜 독립을 했냐고 여전히 묻는 사람들이 많다. 한 시간이면 통근이 되니 집이 아주 멀지도 않고, 게다가 이렇게 계속 재택을 하는 코시국에 왜 독립을 했냐는 말이다. 집에서 돈도 절약하고, 부모님이 제공해주시는 안락함이 있지 않냐고 말이다.
그리고 꽤 많은 비율로 이 질문을 받는다.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
외로움이란 뭘까?
사람마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는 때와 상황은 다르겠지만, 나는 당연하게 기대한 것들에게서 기대한 바를 얻지 못할 때 외로워진다. 이십몇 년을 부대끼며 살아왔으니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가족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 입으로는 삐뚜름한 말투가 튀어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무엇이든 나누던 오랜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보니 이제는 나와 가치관이 많이 달라진 상태라는 것을 깨달을 때. 당연히 내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다른 사람이 해 치워 버렸을 때 등등. 비단 사람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내가 당연히 여긴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때 외로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되려 사람들 속에서 외롭지, 온전한 혼자만의 공간과 규칙에서는 외롭지 않다. 독립한 나의 집은 내 손 길만이 닿아있다. 어느 물건이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어디에 있는지는 다 내가 배치한 것들이다. 누구에게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나는 내게 내가 하는 만큼만 기대한다. 내리거나 내리지 않은 결정에 후회는 할지라도 그저 그뿐이다. 그래서 그런가. 도무지 외롭지가 않다.
물론 기대할 수 있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있는 건 큰 기쁨이자 자극이다.
언젠가 나의 공간에 나 말고 다른 생명체도 있기를 바란다면, 그건 외로워서가 아니라 그 기대감이라는 자극을 느끼고 싶어서일 거다.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있는 에피소드에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영 그런 갈망이 없다. 아직 혼자 사는 삶은 너무 새롭고, 혼자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잔뜩이다. 사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느라고 시도하지 못한 혼자만의 에피소드가 차고 넘친다. 아직 내게 더 기대할 것이, 그것도 실망은 만들어내지 않은 기대의 기회들이 잔뜩 있다.
이제 독립한 지 어언 세 달. 나는 도무지 외롭지가 않다. (그러니까 그만 물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