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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Dec 11. 2017

[여행기]서울에서 방콕까지 6시간

20171207~20171210 방콕

올 때는 이스타제트를 타고 왔다.

 

시간대가 더 다양한 에어아시아를 탈까 하다가, 수화물 가격을 더하면 더 비싸져서 맘 편히 수화물 포함 항공권을 찾다 보니 제일 시간대나 가격이 괜찮았다. 저가항공이래도 생각해보면 올해 다낭, 제주도, 오사카 갈 때 전부 다 저가항공 탔고, 크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 굳이 비싼 돈 주고 국적기를 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여차저차 체크인을 하고, 면세품을 픽업해서, 저녁을 안 줄 테니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게이트 앞으로 갔다. 게이트는 아주아주 끝에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요새 저가항공만 타느라 탑승 게이트가 130번대를 벗어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 남아있어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고 불도 꺼져있었다. 책이나 읽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지만, 구석에 일찍 와서 대기하던 어떤 무리들이 자기들끼리 워낙 신나 있었던 탓에 + 켜져 있는 티비에서 계속 시끄럽게 웃어대던 탓에 집중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혼자 콘센트 근처에 앉아 핸드폰을 충전하며 책을 읽었다. 샌드위치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커피앳웍스의 아이스 라떼는 고소했지만 진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한 무리의 등산복 단체관광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로들 친해 보이는 걸 보니, 계모임 등을 통해 단체로 여행 가시는 어르신들 같았는데, 면세점 구경하러 뿔뿔이 흩어졌다가 모여들었나 보다. 그들도 신나 보였다. 일부 어르신은 소주라도 드시고 오셨는지 얼굴이 벌겋고 목청이 컸다. 걱정이 됐다. 지난번 다낭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단체 워크샵 무리 때문에 불쾌했던 기억이 있어서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험 광고 전화였다. 어지간히 끊어주지 않아서 탑승 전 화장실을 가면서도, 비행기를 타면서도 계속 붙들고 있었다. 다행히 출발하기 전 전화를 마쳤다.


비행기 안에서의 자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5열이었고, 창가 좌석이었다. 좀 불안한 건 있었다. 출발도 하기 전, 내 뒤에 세 가족이 앉았는데 아마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조잘조잘 댔다. 뭐 이어폰 끼면 되지 뭐,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다서여섯시간의 비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길었다. 비행기 안에서의 나는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고, 들고 간 책은 좀 읽다 보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이럴 바에는 방콕 여행책을 캐리어에 넣지 말고 들고 올걸, 싶었다.


이륙하고 얼마 후에는 기내식 신청자들에게 기내식을 나눠줬다. 나는 신청하지 않았는데, 내 오른쪽과 내 뒷사람들이 모두 기내식을 먹는 바람에 괜히 배가 고파졌다. 맥주라도 사 마실까 싶었지만 화장실 가고 싶어 질까 봐 참았다.


얼마 뒤부터는 아이가 활약하기 시작했다. 불편한지 다리로 앞좌석을 쳐댔고, 그때마다 그 아이 바로 앞자리였던 내 옆사람은 뒤를 돌아보며 주의를 줬다. 엄마는 아이를 계속 혼냈다. “가만히 좀 있어, 그만 좀 해” 조잘대고 노래 부르는 아이에게도 혼을 냈다. “조용히 좀 해”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아이의 자리가 바뀌었다. 바로 내 뒤로였다. 엄마가 혼내면 아이는 잠깐은 멈췄다가도 다시 탁자를 접었다 폈다 다리를 쳤다가 안 쳤다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한 번은 창문에 얼굴을 대고 노래를 불러서 이어폰을 꽂고 있는데도 귀에 소리를 지른 듯 놀랐다.

몇 번씩 뒤는 돌아봤지만, 엄마한테 너무 혼이 나고 있어서 (+그러면서 반항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보고) 쳐다보는 것으로 족하기로 했다. 중간중간 선잠도 자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애썼다. 모뉴먼트 밸리도 처음부터 한 바퀴 다시 다 깼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뭐라도 할 걸 더 만들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시간으로 아홉 시쯤, 그러니까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갑자기 비행기 조명 조도를 높였다. 크루 중 한 분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사실 이스타항공에서 목요일마다 이벤트를 한다고, 쉬는 분들께는 양해 부탁드린다고. 그러면서 승무원 한 분 한 분을 소개하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퀴즈를 내고, 풍선 전달하기 게임을 하면서 당첨자(?)에게는 선물을 나눠줬다. 언젠가 전공 수업에서 들은 Southwest 항공사의 사례가 생각났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어느 항공사 탔었는지 안 까먹겠다 싶었다.

Southwest airways culture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생각나더라.


이벤트가 끝나고 삼십 분쯤 지나 착륙했다. 그 사이에 아이가 더 신이나 내 머리카락도 잡아당기고 노래도 부르고를 멈추지 않았지만, 드디어 도착했다. 여름 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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