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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딸꾹질을 했다

뒤늦게 적는 일기, 3/9일의 에피소드

by 소녜

친구와 나눈 대화창을 뒤져보니, 3월 9일의 일이었다.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니! 새삼 시간이 빠르다 + 내가 아주 게을렀다는 것이 실감 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호두를 놀아주고 있었다.

물통이 텅 비었길래 물을 떠다 줬다.

호두는 목이 많이 말랐는지, 꽤나 많이 떠다 줬는데도 쉼 없이 물을 마셨다. 이렇게나 목마른 줄 미리 알아채지 못해 미안해하며 보고 있었다. 가득 찬 물통을 반 넘게 비우고, 기운이 다시 넘쳐나는지 마당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물통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거의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마셔버렸다.


아유, 목이 많이 말랐군, 하며 물을 다시 떠다 주렸는데, 순간 "히끅"하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사람 딸꾹질처럼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파에 공기방울이 들어간 것처럼, 그리고 반복적으로 아주 작은 소리로 히끅거렸다. 강아지의 딸꾹질은 처음 보는 거라, 정말 딸꾹질이냐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호두는 그게 불편하고 짜증 났는지 몸을 연신 털어댔다.

앞 발로 자기 얼굴을 툭툭 건드려보기도 하고, 부르르 온몸을 털기도 하고, 가만히 있기도 하다가 귀찮고 짜증 난 몸짓으로 내게 몸을 기대 왔다.

처음 보는 딸꾹질에 그게 귀여워 소리 내어 좀 웃다가, 힘겨워보이는 모습에 물이라도 더 마시라고 떠다 줬다. 사람에게도 통하기도 그리고 통하지 않기도 한 임시방편이니 과연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호두는 물을 조금 더 마시더니 이내 나아졌다.


강아지도 딸꾹질은 한다니, 그리고 이렇게 하는 거라니. 참으로 신기한 개의 세계!


글을 작성하고 궁금해져서 강아지 딸꾹질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개도 딸꾹질을 하곤 한다고 한다. 특히 1살 미만의 아가들의 경우 더 하기 쉽다고. 해결방법은? 잘 쓰다듬어 주면서 '심신 안정'을 시켜주라고 한다.

사람 딸꾹질 멈추는 방법도 고개를 숙이고 물을 마시라느니, 혀를 잡아당기라느니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은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인 만큼, 강아지도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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