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마음 헤아리기
요새 유독 호두의 한 숨 장면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날이 좋아지면서, 호두와 야외에서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만, 코로 깊은 숨을 푸후 하고 내뱉을 때면 왜 한 숨을 쉬는 걸까 궁금해진다.
"한숨 쉬지 마라, 복 나간다"
라는 말을 어렸을 땐 정말 많이 들었다. 요새는 딱히 한숨 쉬는 버릇(?)은 없지만, 학생 때, 특히 좀 자라서인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한숨이 정말 많이 나왔더랬다. 딱히 누구를 보여주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한 숨 혹은 큰 숨이 아니면 숨이 안 내뱉어질 정도의 답답함을 자각한 적은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숨은 내가 모르는 새애 불쑥불쑥 호흡 사이를 끼어들곤 했다.
한동안은 정말 그 한숨이 내 복을 나가게 하나, 싶은 생각도 들어 한숨이 나오려고 할 때면 입으로 그 숨을 내뱉기보다는 코로 숨을 내뱉는 연습을 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티도 안 나고, 나도 뭔가 '참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한숨 대신 심호흡.
그런 연습을 해서인지, 이제는 거의 한숨을 쉬지 않는다. 한숨 쉴 일이 줄어든 거 아니냐, 하면 또 잘 모르겠지만 뭐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게 내 기분이다.
그러다 얼마 전에 근막이완 운동("바디 스킬 릴리즈")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호흡법을 알려주기를, 코로 들이쉬고 (하지만 들 숨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후- 하고 입으로 내뱉으라고 했다. 마치 한 숨 쉴 때처럼. 오히려 몸에서 한숨이 나올 때는, 긴장의 이완이 필요할 때니 이왕 할 거 아주 깊게, 끝까지 내뱉어 보라고. 생각해보니 필라테스에서 하고 있는 호흡법도 유사하다. 지금 선생님의 방식은 갈비뼈가 끝까지 조여질 때까지 내뱉으라고 해서 사실 결국엔 부들부들 힘을 주어 내뱉어야 하지만, 여하튼 몸 깊숙이 남아있는 긴장이랄까 앙금이랄까를 뽑아낸다는 느낌.
그런데 호두는 그런 걸 알고 쉬는 것도 아닐 텐데. 왜 한숨을 쉬는 걸까?
검색을 좀 해보니, 강아지가 한숨 쉬는 경우는 긍정적일 때도, 혹은 부정적일 때도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케이스를 먼저 보자면 사람이 흔히 생각하는 한숨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반대로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거나, 특정 행동의 종결을 나타낼 때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고. 예전에 강아지의 하품은 편안함을 느낄 때 나오는 거라고, 그래서 거꾸로 강아지를 안심시키고 싶을 때 주인이 하품을 하면 좀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신기해했는데, 이번에도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다행히 내가 본 호두의 한숨은 보통 산책 나갔다 들어와서 쉴 때 들었던 한숨이라 한시름 놓을 수도 있었다.
호두도 나도 서로의 이야기를 더 잘 알아들으려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관찰하고, 공부해야 할 테다. 조만간 폭염과 장마와 모기가 우리를 괴롭히겠지만, 그전까지, 그리고 그동안에도 같이 잘 이겨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