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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Aug 18. 2018

유기견 보호소에 다녀왔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그 누구라면 언제든지, 어디서부터던지, 시작할만한 일.

시흥은 처음이었다. 

지도에서 위치를 찾아본 것도, 꽤나 멀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시흥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에 다녀오기 위함이었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정말 최근 일이다. 그런 봉사활동이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시간 있으면 호두에게나 더 신경 써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마음을 찔렀다. 실제로 내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100%를 모든 순간에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한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기에 생겨난 죄책감일 테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먹은 계기 또한 간단했다. 회사 동료분 중에, 유기견 봉사활동을 꾸준히 다니시고 가끔은 그런 활동이 있다는 것, 어디 보호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공유해주시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와, 대단한 분이다, 멋있다,라고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게 한번, 두 번 쌓이다 보니 아 나도 멋있는 사람 하고 싶은데, 어차피 날도 덥고. 낮에 호두랑 땡볕에서 놀아주기 어려우니, 그 시간이 절실한 친구들을 위해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갔다. 자원봉사자 모집글에 신청을 하고, 일정을 비워두고, 동생도 꼬셨다. 운전을 해서, 갔다.


도착해서 준비해온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견사를 치우고, 모기가 꼬이지 않도록 견사 주변의 풀을 뽑아 치우고, 돌아다니면서 간식도 줬다. 사실 한동안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서있기도 했다. 처음 온 자원봉사자에 대해 특별히 해주는 설명 내지 대우 같은 건 없었다. 견사 안에 배설물 좀 치워주세요, 다 하셨으면 돌아다니면서 간식 한 개씩만 나눠주세요, 여러 마리 들어있는 견사에는 뼈 없는 걸로 나눠주시고요, 이제 풀 좀 뽑아주세요, 무심하다고 느껴지는 요청의 연속뿐.


힘든 일은 없었다. 시흥 보호소 자체가 비교적 환경이 좋은 보호소(라고 들었다)인 데다가, 자원봉사자 분도 꽤 많았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강아지들도 꽤나 깨끗하고 건강해 보였다. 강아지들은 유기되었다는 사실을 더 끔찍하게 만들 정도로 사람을 좋아했고, 애교를 부렸고, 내가 방을 치워주러 자기 우리에 들어가도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다. 꼬리를 한껏 흔들고, 냄새를 맡고, 나를 쓰다듬어달라 옆구리를 들이밀 뿐. 그 아이들을 보며 사랑스러움이 마음에 가득 차다가도, 묵묵히 단순한 일들을 해나갔다.


두세 시간 정도의 일을 끝내고, 끝나고는 다 같이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그제야 통성명을 하고,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다들 나만 빼고 베테랑(?)들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새로 온 분들이 꽤 많은 날이었단다. 내가 보기에 그들 모두 매우 익숙해 보였는데, 그들이 보기에 나도 그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잠깐 가져봤다. 밥을 먹고, 정리를 하고, 다시 간식을 한 바퀴 나눠줬다. 반겨주는 아이들 견사 안에 들어가서 넉넉히 쓰다듬어도 줬다. 일부 아이들은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견사 창살에 옆구리를 딱 붙이며 나를 만져달라 애교를 부렸다. 다들 어디 하나 빠짐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뿐.

몸을 딱붙여오며 만져달라고 하는 애교둥이 녀석.


물론 일부 아이들은 사람이 무서운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입구 주변에는 오지도 않을뿐더러 밥도, 간식도 먹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쁜 기억을 심어주었기 때문이겠지. 그걸 치유해줄 수 있는 것도 사람일 텐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더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양각색. 저마다의 예쁨을 가진 아이들이 한가득이에요.


가기 전에 몇몇 친구들에게 같이 가겠냐 물었다. 어떤 친구는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어떤 친구는 이번에는 일정이 있지만 다음에는 꼭, 의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녀와서 얘기를 해주다 보니 다음에는 정말 꼭 같이 가자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이제 막 시작한, 꼬꼬마 자원봉사자지만 어찌 됐건 시작했고, 다음번엔 또 다른 사람과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날이 어서 올 수 있도록 좀 더 자주 찾아가야겠다.


그리고 반려견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지 말고 입양하는 그 날이 오기를. 삶이 갈라놓기 전까지 함께할 소중할 가족이니까.


#사지말고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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