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풀을 뜯어먹어요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네
흔히들 사람들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들었을 때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웬걸? 호두는 풀을 무척이나 많이 뜯어먹는다.
저 말의 뜻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라면, 호두가 풀을 먹는 행위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일 텐데, 호두는 가뭄에 콩 나듯 먹는 것도 아니요 산책 나갈 때마다 먹는다. (뭐 물론 그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그래서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정설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여러 가지 썰이 있더라. 1) 개가 풍월을 따라 읊는다 라는 말이 왜곡된 것, 2) 비가 오기 전 개들이 풀을 뜯어먹는 경우가 있어 흔치 않은 일을 이른다는 것 등등. 아무튼 잘 없는 경우를 지칭하는 말인데, 왜 호두는 풀을 먹는 걸까?
호두가 먹는 풀의 유형은 한 가지다. 길고 얇게 난 풀. 쑥이나 깻잎처럼 향이 강한 풀들, 막 다듬어서 풀향 솔솔 나는 풀밭은 코를 한껏 박아두고 냄새는 잔뜩 맡지만 먹는 것 같지는 않다. 긴 풀을 먹다 보니, 가끔은 똥이 너무 길어져 안 끊겨 힘을 오래 준 적도 있다...
개들이 풀을 먹는 이유도 찾아봤다. 풀을 먹는 개는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지도 않은 듯하다. 이유는 1)장 청소 목적, 2) 원래 먹는다 (잡식이니까?), 3)그 풀이 흥미로워서 등등이 있었다. 호두가 풀 먹는 이유가 1번일까, 속이 쓰려서 뭐라도 먹어보고 싶은 건가, 혹시 내가 주는 간식이나 사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잔뜩 걱정이 되다가도, 그 풀을 다시 토해내거나 하는 경우처럼 눈에 띄게 문제로 보이는 점이 잆어 그저 재미 용인가, 싶다가도 헷갈리더라.
그래서 최근에 병원에 간 김에 물어봤다.
호두가 계속 풀을 먹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얼마나 자주 먹나요? 하고 물어보셔서, 밥 대신 먹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산책하다 멈춰 서서 먹기도 한다고, 긴 풀 위주로 먹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해충제가 뿌려져 있거나, 독성이 있는 풀일지도 모르니 최대한 먹지 않는 게 좋지만, 그래도 말리기 힘드시죠? 하고 허허 웃으셨다. 속이 쓰려서 먹는다는 얘기도 있던데, 구충제 같은 걸 따로 먹여야 할까요? 여쭤보니. 심장사상충 약 잘 챙겨 먹여주시고 하면 회충은 토를 하든 배변으로든 나올 테니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다행히도 우리 동네는 가끔 풀을 베기는 해도, 제초제를 따로 뿌리는 것 같지 않다. 해충약 뿌리는 것도 본 적 없고. 그래서인지 여태 먹고 큰 탈이 난 적도 없고. 가끔 똥이 묽어지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배변활동을 도와준다는(...) 바나나맛? 향? 간식을 먹이면 금방 나아지더라. 피부도 말짱하고, 에너지도 아주 넘친다. 아예 안 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장난으로 씹는 거나 먹는 걸 구분히기 어렵기도 하고, 호두가 우뚝 서서 자리에서 안 움직이면 나도 재간이 없기 때문에 걱정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대신 너무 많이 먹는다 싶으면 간식으로 유도하거나 달리기로 태세 전환해서 기분 전환시켜줘야지. 이 잡식동물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