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사람 탓이다
나는 맘충이라는 말이 참 싫더라.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를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엄마들을 '맘충'으로 부른다. 하지만 그 뜻을 넘어, 이제 그저 공공장소에 있는 모든 '엄마들'을 지칭하는, 그러니까 잠재적인 '맘충'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사용되기 때문에 싫다.
아이와 함께 다닌다는 것 만으로, 유세니 어쩌니 맘충이니 어쩌니 소리를 들을까 지레 겁먹고 스트레스받아야 하는 이 분위기가 싫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아이를 못 낳겠다고 하는 여성들에게 이기적이라고 하는 남성들도 싫다.
이런 단어가,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견주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 일명 '개맘충'. 이런 단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위축되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더 호두 잘 챙겨야지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유명 음식점의 대표가 이웃 개에게 물리고,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사람을 무는 개를 목줄도 없이 방치한 견주를 비난하는 소리부터, 해당 개의 안락사 처리에 대한 논의, 심지어는 공공장소에의 애완동물 출입을 금지하자는 주장까지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강형욱 훈련사의 발언을 (잘못) 근거 삼아 모든 개에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강형욱 훈련사님이 한 발언은 그 뜻이 아니었다. 다음 링크를 보시라.)
http://www.edaily.co.kr/news/news_detail.asp?newsId=01433366616096528&mediaCodeNo=257&OutLnkChk=Y
호두도 목줄 없이 돌아다니는 개에게 코 옆을 물려 피가 난 적도 있다. 심지어 주인이 누구인지 어느 집 개인지도 모를 아이에게였다. 속상했지만 그 자리에 더 있기에는 나도 무섭고 호두도 겁먹은 상태라 어서 자리를 피했다. 주인이 있는 작은 개의 경우라 하더라도 작은 자기 아이가 큰 개에게 덤비는 모습이 우스운 것인지, 덤비기를 부추기거나 대뜸 다가와 먼저 냄새를 맡다가도 돌연 돌변해 호두 입을 왕! 물어도 허허허 하며 그냥 떠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칠 때면 어이없고 화가 나면서도 그 개들이 가여워진다. 만일 목줄 없이 길을 다니다 다른 개와 싸움이 붙으면? 이상한 사람이 잡아가면? 차도에 뛰어들어 차에 치이면? 이상한 것을 집어 먹고 목에 걸리면? 그건 누구 책임인가? 자기 개는 다른 사람, 혹은 개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해도, 자기 개가 입을 상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걱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반려동물들을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 맞춰 기르고 있다. 인간이 위로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데려온 반려견들에게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 개의 생사, 그리고 그것을 넘어 다른 개들의 바깥출입까지 제한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그 시스템을 만든 것도, 그 시스템에 아이들을 데려온 것도 사람이다. 모든 건 사람의 책임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렇고, 그 전 비슷한 사고들에서도 그렇고 제1차 잘못은 자신의 반려견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견주에게 있다. 그들은 목줄을 했어야 했고, 교육을 시켰어야 했고, 본인들도 자각하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앞서, 그들은 책임 질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비단 개가 배고플 때 밥을 챙겨주고 아플 때 병원을 데려갈 책임뿐만 아니라, 나쁜 버릇과 행동까지 책임질 준비.
개를 키운다는 것은 그 개의 나쁜 버릇이나 나쁜 행동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때문에 이런 사건의 '사후조치'가 개의 안락사, 개의 외출금지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사람을 무는 개', '공격적인 개'들의 공격성은 분리불안, 사회성 결여, 잘못된 행동강화 등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장애나 애정결핍 등은 비단 때리고 굶기는 드러나는 학대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하는 그 상황, 부족한 운동량과 (다른 환경을 접할) 경험 부족에서도 온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개를 끌고 나올 생각을 하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인식들이 모여 더 갇혀 지내고, 더 외롭고, 더 사회성 떨어지는 아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애견인구 천만이라는데, 애견인이든 비애견인이든 결국 주변4-5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거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면 견주도, 그리고 견주가 아닌 사람들도 서로가 지켜야 하는 책임과 예의를 지키는게 당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임의 소재는 사람에게 있다. 그 책임을 개에게 전가해서는 정말 개만도 못해질 뿐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