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에는 자그마한 방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방에는 하루에도 여러번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들어와 나에게 이것저것 쏟아내거나 혹은 이것저것 끄집어내려는 사람이 있다. 훅하고 들어온지라 어물쩡하다 여차저차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다 간다는 인사도 없이 슝 가버린다. 함께 한 흔적으로 내 방은 난장판이 되어 있고 마무리 정리는 나의 몫이 된다. 그렇게 내 마음을 헤집어 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내가 그 시간쯤 너에게 갈 것 같은데 괜찮아?'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곤 '똑똑' 노크를 하고선 나에게 방문한다.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이제 가봐야할 것 같아.' 하는 언질을 주며, 함께했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돈해주고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내 마음의 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따뜻해진다. 평화로워진다. 그 사람이 또 보고 싶어진다. 그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과거, 나는 내 마음에 찾아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그저 찾아오는 이면 누구든 환대하고자 했고, 그저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들이 떠나고 어지러진 내 방 모습도 살피지 못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침범하여 상대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
지금은 관계맺음에 있어 나를 살피고 또 상대를 살핀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불쑥 혹은 스물스물 찾아오면 그 사람을 가만 느껴본다. 그 사람이 내 방안에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그러다 배려가 없고, 존중이 없으며,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며 예의없는 태도를 보인다 싶으면 가차없이 내 마음의 방문을 닫는다. 더 이상 내 삶에 침범하지 마세요.
문득, 내가 느끼는 외로움을 가만 살펴보다 이런 방어도 한몫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배려없는 사람때문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하다는 결론이다.
오늘도 내 방에는 여러 사람들이 드나든다. 누군가 떠나고 내 방에 한결 따뜻하고 편안한 온기가 감돈다면 다시한번 그를 기억한다. 그가 했던 말, 행동, 표정, 몸짓을 되새긴다. 그런 사람들이 내 삶에 더 많이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 바라본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