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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백설장 17화

백설장 17

- 부부 보다 연인

by 이도원

이미 이혼을 한 남자와 이미 사별을 한 여자가 서로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이혼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여자 또한 남자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까 봐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부부로서 맺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행복할지도 모른다. 이토록 뜨거운 열정은 부부 관계 밖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어떠한 도취도 희열도 일부일처제라는 강박증 속에선 이내 황폐하게 변해버린다. 앞으로도 이 여자와 남자는 이렇게 서로를 속이면서 애틋한 만남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 한 이들의 사랑은 영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본처들은 귀신같이 남자의 흔적을 따라 여관으로 들어와 난장판을 피웠다. 독 오른 독사처럼 한달음에 달려와 문을 부수고 어쩔 줄 모르는 상대여자의 뺨을 후려갈기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남자는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밀어를 속삭였던 여자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아내의 팔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손님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모양이다. 이렇게 하다간 장사장말대로 월 장기투숙자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며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백설장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장사장은 안되면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수밖에 없어. 이런 좋은 입지에서 이렇게 밖에 장사를 못한다는 것은 정말 수치야. 이 일대에서 가장 최신식으로다가 짓는 거지. 러브스토리 여사장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려면 말이야,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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