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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백설장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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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원 Oct 27. 2024

백설장 6

- 청소부 여자 나춘희 씨

밖에서 남자와 나춘희 씨의 고함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지갑을 두고 나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남자가 다시 이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남자는 침대 밑이며 경대를 샅샅이 뒤졌다. 이어 장사장이 들어왔다. 남자는 청소를 한 사람을 불러달라고 소리 질렀고 곧바로 나춘희 씨도 들어왔다. 나춘희 씨는 지갑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분명히 여기 침대 옆 탁자 위에 놔두었단 말입니다.” 

   남자는 나이 많은 나춘희 씨와 실랑이를 하는 것이 내심 불편했는지 돈은 놔두고 신용카드와 신분증은 돌려달라고 말했다. 

   “함께 따라온 여자분이 가지고 갔는지 모르잖아요?” 

   나춘희 씨가 말했다. 남자가 발끈했다.  

   “아니 이제 손님에게 뒤집어씌우는 겁니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사장이 말했다. 

   “아니, 손님에게 무슨 말이야? 아이고 손님 죄송합니다.” 

   나춘희 씨는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이 방에 들어와 본 것은 피가 낭자한 시트와 이상한 기구들뿐이었어요. 지갑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요.” 

   남자의 표정이 이제 흙빛으로 변했다. 남자는 더 이상 말을 꺼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되었다. 

   “다시는 이 여관에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이고 손님 죄송합니다. 다음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겠습니다.” 

   나춘희 씨는 장사장이 손님을 따라가든지 말든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시트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혼잣말을 하였다.

   “매번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주제에 그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여자에게 얼마나 이상한 짓을 시키면 그래, 이 깨끗한 시트가 온통 피로 범벅이겠어. 고상하게 차려입은 놈이 더 지독해.” 

  그때 장사장이 우락부락 화가 난 얼굴로 들어왔다. 나춘희 씨가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님에게 그 무슨 짓이야?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이 지갑 가져갔다는 것을 말이야. 이번엔 그냥 덮어두려고 했는데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어”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장사장은 나춘희 씨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한참 동안 나춘희 씨를 노려보던 장사장이 말했다. 

    “107호 대실 나갔어요. 방이나 치워요. 또 그런 짓 하지 말고.” 

   나춘희 씨는 기가 막힌 듯한 표정으로 장사장을 노려보았다. 장사장은 나춘희 씨의 노기 어린 눈빛에 기가 질린 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장사장이 사라진 문을 향해 나춘희 씨가 소리를 질렀다. 

   “청소한다고 도둑년 누명까지 씌우느냐? 손님이면 다야. 손님도 손님 같지 않는 놈을 말이지.” 

   그리고는 내 쪽을 향해 쳐다보았다. 

   “넌 알고 있겠지? 이건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그리고는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나춘희 씨가 청소를 하다 말고 탁자 위에 올라와 있는 남자의 지갑을 앞치마에 슬쩍 쑤셔 넣는 것을 보았다. 매번 그 남자가 올 때마다 핏물로 더러워진 시트를 씻느라 힘들었던 나춘희 씨는 그 지갑을 훔치는 것으로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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