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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Mar 30. 2021

펭수와 덮죽의 공통점?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출처: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펭수와 덮죽의 공통점?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모방 상표출원의 문제점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지난번 글에서 소개해드린 SBS 골목식당의 "덮죽" 상표권 분쟁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골목식당 포항 덮죽집은 상표를 되찾을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soninho21/4)


2019년에는 '펭수'의 명칭을 EBS 이외의 출원인이 상표출원하여 논란이 되었다면, 2020년에는 SBS 골목식당에 출연자분이 개발한 '덮죽'의 명칭을 덮죽집 사장님이 아닌 다른 출원인이 상표출원을 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왜 이런 상표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들을 조심스럽게 제안해보고자 합니다.




1. 가장 먼저 상표출원하는 자가 권리를 가진다 - 상표 브로커를 양산하는 나쁜 제도인가?


상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특허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허법은 '선발명주의' 대신에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발명에 대해 가장 먼저 발명한 발명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출원한 출원인이 권리를 가지게 되는 제도입니다.


'선발명주의'를 따르면 진정한 발명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왜 '선출원주의'를 채택하여 가장 먼저 출원한 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일까요?


발명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명하기 위해 들인 발명자의 노력을 보상해주어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3자 또는 특허를 부여하는 특허청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누가 진정한 발명자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되고,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은 1876년 특허를 출원하여 권리를 획득하였지만, 126년만에 최초의 발명가 타이틀이 이탈리아 발명가 안토니오 메우치(Antonio Meucci)로 바뀐 것은 진정한 발명자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대변합니다.


*2002년 6월 미국 의회는 이탈리아 발명가 안토니오 메우치(Antonio Meucci)를 최초의 전화 발명자로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특허법은 정책적인 이유로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표법에서도 '선사용주의' 대신에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동일한 표장에 대해 먼저 상표를 사용한 자에게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가장 먼저 출원한 출원인에게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상표를 가장 먼저 사용한 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특허와 마찬가지로 정책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게 된 것입니다.


2.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보완책


앞서 설명드린 '선출원주의'에 따르면 상표를 사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타인의 상표를 모방하여 상표를 선점하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상표법에서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여러 보완책들을 두고 있습니다.


1) 출원인의 상표 사용의사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선, 출원인의 상표 사용의사를 고려하여 '상표를 사용하는 자'와 '상표를 사용하려고 하는 자'에게만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조)


'전자제품'과 '화장품'과 같이 관련이 없는 수많은 상품에 대해 상표출원하거나, 과거의 출원 이력을 고려하였을 때 상표를 사용할 의사가 없이 상표를 선점할 목적이라고 의심이 되는 경우에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상표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 등과 같이 출원인의 내심의 사용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상표출원을 거절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2) 널리 알려진 상표를 모방하는 경우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상표법은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를 모방하는 경우에 상표등록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9호, 제10호, 제12호, 제13호 등)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상표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규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유명세를 얻지 못한 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들의 상표를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 규정의 적용을 받더라도 특허청의 판단까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간 결과를 모른 채 타인의 상표사용을 허용한 채 기다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3. 진정한 상표 사용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표법이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하여 다양한 제도들을 두고 있지만, 펭수와 덮죽 사건을 되돌아보면 제도적으로 보완될 부분도 많다고 보입니다.


출원인의 상표 사용의사를 확인하거나, 모방상표의 경우에는 보다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여 진정한 상표 사용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1) 현행법상의 대응 방안


현행법상에서는 모방상표에 대해 거절이유가 있다고 특허청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상표법 제49조), 만약 특허청이 거절이유가 없다고 출원공고한 경우에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상표법 제60조).


향후, 상표 취소심판 또는 무효심판까지 나아갈 수 있지만, 길고 긴 분쟁으로 진정한 상표 사용자에게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펭수 사건의 경우에는 여론의 힘으로 제3자가 스스로 상표출원을 포기하였지만, 제도적 개선 없이는 일반적인 상표 사용자는 특허청의 판단 결과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방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 제도의 변화를 기대하며


연간 상표출원은 30만 건이 될 정도로 특허청의 심사량이 많기 때문에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측면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사용의사가 없는 상표 또는 모방상표라고 인식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제도를 구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상표출원을 늦게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분들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구제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표의 사용의사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상표 브로커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상표 출원인이 자신의 상표 사용의사를 입증하기 위한 서류를 구비하거나, 어느 정도 사용의사가 소명될 수 있도록 하여 모방상표의 난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쟁을 방지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가장 먼저 자신의 상표를 출원하는 것입니다.


선출원주의라는 제도에서 가장 먼저 출원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상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 방안을 고민해 볼 시기인 것 같습니다.


상표의 사용의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모방상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진정한 상표 사용자가 보호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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