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코로나 백신 특허 포기, 치열한 공방의 내막 - 특허 관점에서 살펴보다
안녕하세요. 손인호 변리사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 특허권 일시 유예를 지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국가들 중 미국 이외에, 독일,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자국의 제약사 보호를 위해 코로나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에 반대하고 있어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코로나 백신 특허와 관련한 치열한 공방의 내막을 특허(Patent) 관점에서 숨겨진 배경들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코로나 백신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마다 별도의 특허출원을 통해 특허권을 획득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특허 독립의 원칙'이라고 불리며, 법제와 실정을 달리하는 개별 국가의 특허는 독립적인 효력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들은 1980년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 협약(Pari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dustrial Property)을 체결하여 '특허 독립의 원칙'을 다자조약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동맹국의 국민에 의하여 여러 동맹국에서 출원된 특허는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동맹국 또는 비동맹국인가에 관계없이 타국에서 획득된 특허와 독립적이다.' (파리조약 제4조의2(1))
이렇게 각국의 코로나 백신 특허는 독립적으로 보호되고 있으므로, 미국에서 특허를 포기하더라도 나머지 국가에서 자신의 재량으로 특허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각국의 특허권을 포기하거나 유예하기 위해서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특허법 제94조), 제3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을 사용하는 경우 침해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강력한 권리를 행사하여 자신의 특허발명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특허법 제126조, 제128조 등)
따라서, 제3자가 발명을 사용하고자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실시권 계약을 체결하여야 합니다. (특허법 제100조, 제102조)
만약,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더라도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거절한다면 안타깝게도 해당 발명을 제3자가 사용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특허권은 사유재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수익을 얻거나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는 것은 특허법에 의해 보장받는 하나의 사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팬데믹(Pandemic) 상황과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거부하게 된다면 자국민의 공공복리와 배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허법은 이렇게 공공복리와 배치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특허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습니다(특허법 제106조의2, 제107조 등).
'각 동맹국은 불실시와 같은 특허에 의하여 부여되는 배타적 권리의 행사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강제 실시권의 부여를 규정하는 입법조치를 취할 수 있다.'(파리조약 제5조 A(2))
이는 '특허권의 강제실시권'으로 불리는 것으로, 공익을 위해 제3자에게 실시권을 인정하여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다만, 특허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강제실시권이 활용되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극히 적은 만큼 사문화된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코로나 백신 기술을 개발한 국가들와 기업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성명을 내어 "지식재산권이 코로나 19 백신 생산의 걸림돌이 아니며, 지식재산권은 혁신의 근원이므로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는 미국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자국의 바이오엔테크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대형 제약사들은 "mRNA 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자사의 신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고 밝히며, 백신 특허권 유예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각 국가별로 특허는 독립적으로 보호되고 있고, 특허는 사유재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코로나 백신 기술을 가진 특허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일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허법은 각 국가별 제도의 차이점과 현실을 반영하여 특허 독립의 원칙을 채택하였고, 기업이 특허라는 사유재산을 법적으로 보장하여 R&D와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특허권자의 사권을 제한할 전세계적인 긴급성과 필요성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백신기술에 대한 특허권 유예 논의를 서둘러 진행하여 팬데믹 상황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