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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Jun 05. 2021

홍철없는 홍철팀, 인공지능(AI)이 한 발명의 주인은?

[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고,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세기의 바둑 대결도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더 이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특허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이 한 발명이 과연 특허를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미국과 유럽의 AI 개발자들이 자신을 발명자로 표시하지 않고 AI를 발명자로 표시하여 특허출원을 하였고, 각국 특허청의 판단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 '발명자'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특허법에서는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특허법 제2조제1호),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만이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특허법 제33조제1항).


'발명자'에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원시적으로 귀속되므로 발명자는 자신이 스스로 특허출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발명'은 무체재산으로서 자유롭게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으므로, 권리를 양도하여 '승계인'도 특허출원할 수 있다.


즉, AI 발명자 이슈에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창작의 결과물인 발명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인공지능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 타당한지 등의 다양한 법적 쟁점이 결부되어 있다.


상급심 판단은 아니지만, "특허법 제3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명을 한 자'는 창작행위에 현실로 가담한 자연인만을 가리킨다고 할 것이므로, 법인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이 사건 출원발명의 발명자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설시한 판결의 의미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2002허4811 판결)


위 판결의 이면에는 '창작'이라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해석하고, 법인(Legal Entity)에는 발명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조력을 얻어야만 창작행위를 수행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나아가 독자적으로 창작행위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된 형태의 '강한 인공지능'의 경우에는 인간의 조력 없이도 스스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므로 어느 정도의 창작능력을 가지는 인공지능(AI)에게 독자적인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서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 현재로서는 각국 특허청은 인공지능(AI)의 출원인 적격을 부정


영국 서리대의 라이언 애벗 교수팀과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탈러는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발명에 대해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명시하여 2018년 세계 최초로 특허출원하였지만, 유럽특허청(EPO), 미국특허청(USPTO) 등에서는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출원을 무효로 인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특허청(EPO)에서의 특허출원 경과를 살펴보면, 특허출원인은 AI 프로그램 다부스(DABUS)를 개발한 특허출원인 자신(스티븐 탈러 박사)이 AI의 고용주로서 발명자인 AI로부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했다고 주장하였다.


법리적으로는 발명자인 AI에게 권리가 원시적으로 귀속하고, 고용주인 자신이 AI로부터 권리를 승계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특허청(EPO)은 현행법상 기계(Machine)로 취급되는 AI는 법인격이 없어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기계는 발명에 대한 권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고용관계나 권리 승계를 통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유럽특허청(EPO)은 특허출원인의 'AI가 발명자로서의 정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과 '자신에게 권리승계의 효력이 발생하여야 한다'는 주장 모두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AI를 발명자로 두었던 다소 파격적이었던 실험은 실패로 마무리가 되었다.


한국 특허청도 2021년 5월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기재한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통지하여,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 발명은 있지만, 발명자는 없는 법적 공백상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문제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다.


우선,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AI가 실질적으로 발명을 하였지만 발명자는 아닌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였을 때, 향후 발생하는 특허권의 소유자가 AI 그 자체인지, AI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자인지, AI를 활용하여 연구한 사람인지 등 권리의 귀속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대립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간인 발명자가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발명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고 AI의 자립도가 높아질수록 연구개발의 결과물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이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도록 각국에서는 입법이나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사회 변화에 발맞춰 인공지능(AI)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지식재산 제도와 법제가 정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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