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많이 올라왔고, 혼자서는 버거운 피크타임도 하루에 한 두 차례 생겼다. 늘 자리는 차 있었고 맛있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 혼자 종일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고, 운영 시간은 짧았다.
가게와 아이 모두를 내가 모두 균형 있게 책임져 보겠다는 어쩌면 장사하기에 이상한 마인드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가게는 잘되어 보였지만, 나가는 돈은 많았고 다른 카페보다 원가는 높았다. 이대로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매장은 잘 되어가고 있었고, 머신과 장비들은 아직도 새것이었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 왔다. 로스팅이나 베이커리, 샌드위치 등을 추가해서 계속해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아직 장비가 쌩쌩할 때에 누군가에게 넘길 것인가.
몸과 마음 모두 다 힘들지만, 즐겁기도 한 일. 그런데 이대로 다 놓아버린다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남 보기에도, 나 자신에게도. 그런 생각이라면 샌드위치를 지금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남편이 말했다. 이제 커피 메뉴는 손에 익었으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디저트류로는 객단가를 높이기 힘들었던 것.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재료 수급부터가 막막했다. 일단 가게를 잠시 닫은 후 남편 지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에 샌드위치를 배우러 가기로 했다. 가게는 닫았지만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모여 머신과 브루잉 연습을 하고 대청소 등을 맡기로 했다. 플러스 신입 직원 교육까지. 다시 한번 더 나아가보자는 의견에 함께 힘을 보태 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
동네에서 유명한 떡집에서 떡을 좀 사서 빵집으로 향했다. 운영 시간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남편 지인이 짬이 날 때에만 조금씩 알려주기로 했고, 나는 바쁘면 커피도 내리고 청소도 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며 버스를 탔다. 다른 사람의 업장, 그리고 바 안에 들어가는 것이 참 어색했다. 굽신굽신 인사하며 매장으로 들어섰다.
주문을 받을 수는 없어서 손님이 들어오면 크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커피 주문 들어오면 내렸다. 빵집이기도 해서 대부분 아메리카노나 라떼였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없었다. 다만 그 가게만의 방식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어색했던 것.
오전 브런치를 즐기는 어머니들의 러시가 끝난 후 한숨을 돌린 사장님이 “자 이제 가져오신 재료와 저희 빵을 좀 조합해 보죠. 저희 샌드위치 메뉴도 하나씩 다 알려드릴게요.”
너무나도 고마웠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그렇게 자세하게 자신들의 레시피를 하나하나 다, 그것도 공짜로 알려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엄청난 매출이 부러웠고 한 번에 빵과 샌드위치를 여러 개씩 주문하는 사람들도 참 신기했다.
한번 가서 한 두 개의 메뉴를 배우고, 내가 가져간 재료와 빵으로 한 두 가지의 메뉴를 또 만들어 보았다. 소스 레시피까지 찍어가도 된다고 해서 속으로는 ‘야호!!’를 외쳤지만 무음카메라로 흔들릴 세라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빵집에 가지 않는 날은 우리 친구들과 모여서 배워온 레시피와 내가 쓰고 싶은 재료들을 이래저래 조합해 보았다. 채소와 햄 샌드위치는 주변에도 많으니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메뉴를 꼭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온도도 조절해 보고 소스도 정말 수십 가지를 만들어 발라 먹어 보았다. 매장 안은 난장판이 되었고, 계속해서 먹다 보니 속도 좋지 않고, 손님들은 왜 운영하지 않냐고 계속 들어왔다. 그래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샌드위치는 일단 두 가지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들의 야심작 그릴드치즈샌드위치와 포카치아 잠봉뵈르! 바게트를 내가 만들지 않는 이상 만족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고, 바게트의 빠삭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포카치아로 결정했다. 플레이팅도 요래조래 해보고.
마지막 대청소를 한 후, 대망의 재 오픈일. 샌드위치가 손에 익지도 않았는데, 단골분들이 정말 모두 다 와주셨다. 그리고 모두들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정말 정신없던 하루. 최고 매출이었다. 하지만 샌드위치가 엉성하게 나간 건 아닐까 맛은 어땠을까 걱정도 많았다. 샌드위치의 재료도 너무 배워온 빵집만을 기준으로 해서 잡은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여기에서 안주할 수 없다. 더 맛있고 신선한 빵을 찾기로 한다. 동네에서 맛있고 건강한 빵으로 유명한 빵집이 납품을 시작한다는 인스타 피드를 손님이 보여주었다. 이거다!
바로 연락해서 샘플을 받았다. 참나, 이제껏 쓰던 빵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맛. 우리의 소스와도 정말 잘 어울렸고, 인기 있는 빵집이니 그 유명세를 업고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단가는 원래 빵보다 조금 더 높았지만 이 맛, 이 신선함을 포기할 순 없었다. 레시피를 이 빵에 맞추어 빠르게 잡고 다시 출시했다.
평소 잘 먹지 않던 빵, 샌드위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우리의 샌드위치를 사람들은 좋아해 주었다.
그리고 초반에 출시했던 샌드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빵으로 계속해서 메뉴를 출시했다. 맛은 있더라도 인기가 적고, 손이 너무 가는 메뉴들은 또 빠르게 정리했다.
쉬지 않고 만들고 또 만들었다. 내 인스타에는 샌드위치 메뉴만 보였다. 외국의 새롭고 신기한 샌드위치가 있다면 저장해 놓고 직접 만들어 보았다. 배달까지 다시 시작하니 정말 하루 종일 쉴 틈이 없게 바빴다. 단숨에 매출은 튀어 올랐다. 내 신발은 커피 가루, 샌드위치 소스 등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즐거웠다.
가게를 넘기면서 인기 메뉴 몇 가지를 다 알려드렸다. 사실 지나고 난 다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샌드위치였다. 내가 직접 만든 소스와 재료의 조합. 귀여운 네이밍. 그래서 납품을 받던 맛있는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지금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고나 할까.
여기서도 새로운 메뉴나 소스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한번 만들어봐도 되나요?” 물어보고 하고 있고, 항상 좋다고 말씀하시지만, 참으로 부담스러운 알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