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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Mar 31. 2023

징징거리는 글을 쓰는 이유

징징거리는 글 쓰면 안 되나요?



힘들 때 욕세이(욕 에세이)와 더불어

징징거리는 글을 쓰는 게

이젠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징징거리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셀프 대변을 해보자면,



사람에게 징징거릴 순 없잖아요.



힘들 때 지인에게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다음 수순은 안 봐도 뻔하다.



나도 모르게 나의 신세를 한탄하며(?)

징징거림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범람한다.



이 모든 것들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선

힘들 때 혼자 있는 게 상책이다.



힘들 때 지인들과 대화하며 푸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음을 선호하게 되었다.

(나이 들수록 친구가 우수수 줄어드는 것도 한 몫한다.)



일단, 나의 힘듦을 주변인들에게

토로하는 것 자체가 민폐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제 생각을 말씀드린 거고, 이런 식으로 푸는

분들을 비판하는 건 아닙니다.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과 대화하며

나의 감정을 해소시키는 것도 건설적인 일이라

봅니다. 저 역시 나도 모르게 지인한테 징징거리고

감정을 쏟아낸 뒤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각자 현생 사느라 바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굳이 나의 힘든 사연을 구구절절 읊으며

그들의 기분까지 가라앉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럼 어디다 푸느냐?

글에다 푼다.



사실 내가 제일 글이 잘 써질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래의 경우와 같다.



사람에게 뒤통수 맞았을 때,

누군가에게 실망했을 때,

인간관계에 현타올 때,

타인의 언행에 상처받았을 때



언젠가 내 브런치 댓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적 있다.



'존나 징징거리네. 토 나온다.'



'요리 못 하는 엄마'가

끼니 차리는 고달픔에 대해

나름 웃프게 풀어썼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댓글을 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 쓸 때 많이 징징거리는 편인가?

앞으로 좀 자제해야겠다.'



악의적이고 무례한 댓글에

불쾌한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민폐를 싫어하는 나의 특성상

자기 검열이 먼저였던 거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글쓰기는 무엇인가?



글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쓰기도 하고,

광고나 홍보를 위해 쓰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알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치유하기도,

나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나는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스스로 치유했던 거다.



그게 뭐 그리 잘못인가?

글로 좀 징징거린 게 뭐?

사람한테 징징거리는 것보단 낫잖아.



그 댓글을 달았던 사람에게

이제와 뒷북작렬이지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삼시세끼를 차려본 적 있나요?'



이런 댓글 다는 류가

삼시세끼를 차린 쪽보다는

삼시세끼를 받아먹은 쪽에 가깝다는

예감이 드는 건,



삼시세끼를 차려본 사람은

그 고달픔을 알기에

공감하면 공감했지,

비판하진 않을 거라는 거다.



본인이 하면 삼일도 못 하면서

투덜거릴 일을

남이 좀 징징거렸다고 해서

도끼눈 뜨고 악플 달지 말자.



이상

징징거리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셀프 대변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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