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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May 31. 2023

유독 약한 계절이 있다.

계절의 낮과 밤



유독 약한 계절이 있다.

나에겐 여름이 그렇다.



여름만 되면

잔뜩 물먹은 솜처럼

져서 늘어져 있는다.



그림도 그리기 싫고

글도 쓰기 싫고

사람 만나기도 귀찮다.



그래도 톡으로 수다 떠는 게 즐겁고

책 읽는 게 여전히 행복하다.



여름만 되면

잠을 10시간씩 자고

자주 가던 산책도 시큰둥해진다.

열심히 했던 근력운동도 자취를 감춘다.



반강제로라도 운동하기 위해

단체 PT를 끊어두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여름 햇살 때문에

새롭게 추가될 기미주근깨를

걱정하다가도



햇빛을 핑계로

좋아하는 모자를 종류별로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비 오듯 쏟아지는 땀 때문에

축축해서 불쾌하다가도



샤워 후 마시는 맥주 한 캔,

시티팝을 연상시키는 여름밤공기,

잔잔한 일본 영화가 떠오르는 여름의 낮온도,

요즘 읽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이 계절닮아 있어서 여름이 좋다.



여름이 힘겹지만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이 계절의 낮과 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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