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나다 Jul 11. 2023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면

(추천책 : 디지털, 잠시 멈춤)


 이 책은 한창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있을 때 읽었던 책입니다. 20년간 디지털 중독자로 살았던 저자가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하고 기록한 글들을 모은 건데요, 저자는 전자제품이 새로 나오면 다른 사람들보다 발 빠르게 먼저 사서 써보는 얼리어답터였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등 각종 전자기기에 노출되어 항상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저는 언젠가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습니다. 심심할 때마다 사용했던 스마트폰이 어느새 중독이 되서 끊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 '디지털, 잠시 멈춤'이란 책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나 도움이 될만한 문장들을 필사해가며 읽었는데, 그 중 괜찮은 문장들을 틈틈이 읽어드릴게요.


 

 오늘날 우리는 배 속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뇌 속에 들어가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무언가를 입력하지 않으면 지루함이 찾아온다. 즉, 허기가 지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스마트폰을 잠금해제한 후 허기를 채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잠금해제 횟수는 90회라고 한다.    p.22

 


 저자는 우리가 점점 긴 글을 읽는 것이 들어지고, 다른 사람이 해주는 요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영화 한 편을 고르더라도 '좋은 후기'만 있는 영화를 볼 정도로 남들의 취향에 휘둘리고 있음을 지적했는데요.



 저 또한 유튜브를 보다 보면, 그 짧은 10분짜리 영상도 보기 힘들어서 일단 영상을 틀고 들어간 뒤, 댓글창에서 요약글을 뒤져봤던 경험이 있네요. 제가 요약댓글을 달면 좋아요가 수천개가 눌려졌던 경험도 있고요. 요약글에 의존하다보면 본 게시물의 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후기에 의존하는 것도 크게 동감을 했던 게, 제가 음악을 들을 때 멜론과 flo를 이용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멜론 대신 flo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둘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앨범평, 후기 댓글이 있느냐 없느냐인것 같아요. 멜론은 앨범평도 그렇고 각 앨범당 후기 댓글 수백개가 달려있어요. '이 앨범은 정말 명반이다, 이 앨범 아직 안 들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란 댓글을 보면 좋은 곡을 다들 아는데 나만 놓치고 있는 기분이라 듣기 시작하고, 뭔가 그 정도까지 좋은 것 같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앨범이니 좀더 들어보자고 다짐(?)하며 꾸역꾸역 들었던 경험도 있었어요.



 반면 flo의 경우, 앨범평이나 추천댓글이 하나도 없었어요. 완전 전무하더라고요. 처음엔 당황했어요. 어떤 기준으로 들어야 하지? 이 앨범이 좋은 게 맞나? 하며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한두곡씩 듣기 시작했는데, 남들의 추천이 아닌 제 의지로 음악을 듣는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거기다 제가 좋아하고 자주 들었던 곡들을 기반으로 flo가 곡들을 추천해 주는데, 이런 추천곡들이 제 취향저격인 곡들도 많았고요.



 어쨌든 음악 하나, 영화 하나를 고르는데도 남들의 평가와 시선이 크게 작용된다는 걸 인식하게 된 계기가 이 책이었어요. 그 전엔 그냥 좋은 평의 음악이나 영화를 '남들 따라서 섭취'했던 것 같아요. 남들 추천을 기반으로 따라가다 보니 취향이 획일화되고 점점 같은 취향들만 난무하게 된다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어요.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원본을 보지 않는다. 먼저 댓글을 본다. 영화를 고를 때도 사람들의 리뷰나 댓글 평을 먼저 본다.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나 게임 등 각종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블로거나 유튜버가 대신 올려주는 리뷰에 만족한다. 한정된 시간, 무한한 콘텐츠 사이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직감을 버리고 다른 누군가의 추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p. 39
 우리는 리스크가 적고 확실한 행복에 투자하고 싶어진다. 다른 누군가의 추천을 받은 제품이나 영화,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삶은 점점 다른 사람과 비슷해진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다시 스스로 서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확고한 취향을 갖고, 다른 사람의 댓글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p.40



 저자는 재차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길 강조하는데요, 우리는 생각하려 들지 않고 만들어진 이미지만 보고 그대로를 믿어버린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캡쳐된 뉴스 이미지만 보고 그대로 믿어버린다. 모두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려 한다. 논리적인 사고를 떠나 편향된 사고가 가득하다.   p.148
스스로 생각하는 건 피곤하다. 사는 것도 바쁜데 가짜 뉴스를 걸러낼 의지와 시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내 입맛에 맞는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편집해놓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p.149
 커피를 갑자기 안 마시면 두통이 오듯이 커뮤니티를 갑자기 끊으니 엄청난 지루함이 찾아왔다. 항상 이렇다. 무언가 의존하는 걸 '디스커넥트'하는 순간 뇌는 엄청난 지루함을 느낀다. 지루함은 곧 빈 구멍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루함을 달래려고 무언가를 만지고, 보려 한다. 가만히 있지 못한다.   p.151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생산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는데요, 이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정리하는 뇌'에서 정보 과부하가 우리 뇌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설명한다. 특히 컴퓨터와 같이 빠른 멀티태스킹(작업전환)을 극심한 피로나 대마초 흡연보다 뇌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 것은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p.206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것들이 두 가지 있는데요. 일단 화장실 갈 때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 않게 되었고, 잠자러 갈 때는 머리맡에 휴대폰을 충전하는 대신 거실에다 충전하고 잠을 잡니다. 자면서 알림이 오거나 핸드폰 불빛이 번쩍거리면 자기 전에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서 한시간이 훌쩍 지나있기 일쑤였는데, 거실에 충전하기 시작하면서 깊은 수면을 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이 두 가지 생활습관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 책의 큰 수혜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었던 직후에는  핸드폰 사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는데요, 시간이 지나 경각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또 다시 심심할 때마다 핸드폰을 들여다 볼 때가 많아서, 이런 책은 두고두고 읽으며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픈 관계는 끊어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