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같은 며느리

딸 같은 며느리를 원하세요?

by 손나다

금요일에 일 마치고 아이들 하원 시키고 놀이터에서 한창 놀고 있는데, 시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대충 사과고 야채고 택배를 보내려다 택배를 보내기가 번거롭고 귀찮아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만나서 직접 주는 게 낫겠다는 얘기. 아들네 집에 오고 싶다는 얘기를 빙빙 돌려서 장황하게 하신다. 다음 날에도 나는 일해야 하는지라 토요일에 남편과 아이들만 집에 있다고 말씀드린 후 오시라고 했다. 다음날이면 촉박해도 너무 촉박하다. 게다가 퇴근 직후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다음날에도 일해야 하기에 청소할 시간 따윈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남편이 지방으로 이직한 지 한 달 남짓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주말부부가 되어 주중에 일하면서 아이들을 나 혼자 케어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몸살이 나지 않은 게 다행일 지경이다. 일하고 아이들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생각하며 청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토요일에 강의 끝나고 저녁때 돌아와 보니, 따라라라란~~ 우리 집이 달라졌어요!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아주 깨끗하게 집안을 치워 놓으셨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남편 역시 토요일 아침 내가 일하러 나간 직후 계속 늦잠을 잤고 집안을 전혀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우리 집에 아침 9시 반에 오셨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오셔서 남편도 좀 당황했다고 한다.



예전에 내 게시글 댓글에 '딸처럼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주는 시어머니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가능한가요?'라는 지인의 댓글에 '그게 바로 딸 같은 며느리입니다. 가능은 합니다. 욕을 진탕 먹겠죠?'라고 대댓글을 달아준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신혼시절부터 딸 같은 며느리에 대한 환상이 있으셨던 시어머니.

(주로 아들 둘만 있는 시어머니가 이런 환상을 가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어머니는 그 소원을 이루셨다.



예전엔 살림 잔소리를 폭풍으로 하시더니 이젠 포기하셨는지 잔소리도 안 하시고 그냥 묵묵히(?) 치워주신다.



주중에 며느리가 일하며 혼자 아이들 보느라, 쓰러지면 안 된다며 홍삼 진액을 박스채로 사다 주고 가셨는데, 일 그만두란 얘기는 절대 안 하신다. (일 열심히 할게요!^^)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서로 만날 때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다면 (대청소, 냉장고 정리, 화장실 청소 등등) 만날 때마다 부담이 된다. 부담이 없어야 자주 왕래하게 된다. 이상 청소하지 않은 며느리의 시답잖은 핑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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