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람도 질투의 대상이 되나요?
너무 잘난 사람은 질투도 안 한다.
질투를 받는 대상은 왠지 엄청나게 잘나고 예쁜 사람일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얼굴도 고만고만하고 몸매도 표준체형이고 직업도 평범한 사람이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이런 말 하면 '자의식 과잉' 아니냐며 비웃을까 봐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도대체 변변치 않은 날 왜 질투하지? 세상엔 잘난 사람들이 넘치는데. 너무 비합리적인 결정 아닌가'라고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예인급 외모에 너무 잘난 사람은 나와 다른 세상 사람 같기에 오히려 질투하지 않고 훈훈한 마음으로 응원하기까지 한다. 질투를 받는 대상은 '나와 별로 다를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왠지 쟤가 더 가진 게 많아 보이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만한 대상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겠다.
이 '질투'의 감정은 단순히 상대가 가진 것(외모, 몸매, 학벌, 재력, 성격, 환경 등)에 국한된 게 아니다. 상대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해당된다. 나랑 절친한 사이라고 믿었던 친구가, 나의 불행엔 함께 울고 위로해주던 친구가, 내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질투의 감정을 내비쳤다고 해서 필요 이상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을 필요는 없다. 본인은 좋은 일 하나 없고 어제가 오늘 같은 지루한 하루하루를 아무런 낙 없이 살고 있는데 친한 친구가 좋은 일이 생겼다면, 나라면 스스럼없이 축하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나라면 충분히 축하해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좋은 일이 생겨도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 뒤로 안 좋은 일을 위로해줄 친구는 차고 넘치지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스스럼없이 내 일처럼 좋아해 주고 축하해줄 수 있는 친구는 정말 흔치 않구나 느꼈다.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유독 이 '질투'의 감정이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데, 나는 여자로 태어나 나고 자라서 남자들의 세계를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편파적인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자들의 세계는 정말 무섭다. 질투는 여자들 사이에서 더 만연한 감정으로 느껴지는데, 특히 나이 든 여자들의 질투는 더 혹독하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한 가지만 말해보려 한다. 여초 직장에 입사하자마자 지독한 따돌림과 배척을 당했는데 이유도 모른 채 하루하루 울면서 다녔다. A로 할까요? 하면 B가 낫다고 해서 B로 했는데 온갖 트집 다 잡으며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영문도 모르고 당해서 해결방법을 모르니 더 답답했다. 그렇게 버티던 중 날 따돌리던 무리들이 중간에 무더기로 퇴사했고, 수개월이 지난 뒤, 날 지독하게 따돌리기 위해 선동했던 옛 동료 여자분에게 뜬금없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예전에 따돌리고 괴롭혀서 미안했다고. 남자 대표가 이번에 나이 어리고 이쁘고 다재다능한 신입을 뽑았다고 기대하라며 자기네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는데 그래서 내가 너무 미웠다고. 예전 일이지만 많이 후회하고 있어서 이렇게 늦었지만 사과한다며.
사과한다고 없던 일이 되나요? 그렇게 본인 죄책감만 덜어내면 그만인가요? 그때 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세요? 하루하루 이 악물고 버텼다고요.
이런 말들이 맴돌았지만, 내 입에선 '지난 일이니 괜찮다. 그 당시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란 말만 내뱉고 있었다. 일단 그들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지는 기분이라 자존심이 상해 아무렇지 않았던 것처럼 허풍을 떨었다.
한편으론 이렇게 뒷북일지라도, 뜬금없더라도, 비록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얕은 수일 지라도, 과거의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는 태도를 높이 사고 싶었다.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각도 못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뻔뻔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사과한 자체만으로 아주 엉망은 아닌 사람이란 거니까.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나이 든 그 여자분, 늦은 나이까지 미혼이었는데 남자 대표를 짝사랑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 외에도 나이 든 여자분들의 이유 모를 배척과 질투를 당한 적이 많은데, 한 번은 정말 궁금해서 질투를 받는 이유가 뭔지 카페에 질문글을 올렸었다. 대체로 '성격이 더러워서 따돌림당한 거 아니냐', '질투라니 자의식 과잉 아니냐' 등등의 부정적 댓글이 달렸지만, 그중 눈에 띄는 댓글들도 있었다. 본인 또한 살아가면서 겪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배척과 질투를 받았고, 여자들만 아는 미묘한 신경전과 정신적 괴롭힘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힘들었다고. 그런데 질투 때문에 너무 힘들다 하면 더 욕먹을까 봐 어디 털어놓지도 못해서 더 답답했다며 댓글로 자신들이 겪은 썰(?)들을 풀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에게 물었다. 혹시 얼굴이 하얗고 마른 체형 아니냐며.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질투의 표적이 된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나 또한 얼굴이 하얗고 마른 편이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 나 또한 여자이기에 얼굴 예쁘고 몸매 날씬하고 능력도 만렙인 대상을 보면 질투의 감정이 불쑥 올라온다. 그럴 땐 '아, 내가 저 사람에게 질투의 감정을 갖고 있구나.'라고 내 감정을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려 노력한다. 질투의 대상을 무작정 미워하는 대신,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됐을까?', '저 사람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난 뭘 하면 될까?' 등등 배울 수 있는 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 한다. 나에게 질투의 감정을 불러올 만큼 잘나기 위해 그동안 저 사람이 갈고닦고 노력했던 시간들을 간과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모든 노력들을 간과한 채 지금 그가 가진 결실의 보상들만 부러워한다면, 너무 도둑놈 심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예쁘고 멋지고 잘난 사람들 좋아한다. 못나고 불행한 사람들보다 노력했다는 증거니까. 그리고 지금 안 좋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허술하고 실수투성이의 삶을 수습해 보겠답시고 운명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담이 길었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란 표현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기에 싫어하는 여자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저 표현을 싫어하고 조롱당하는 것 같아 기분 더럽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아주 없는 얘긴 아니란 소리다. (오늘도 소신발언)
여자들끼리의 쓸데없는 배척과 신경전, 감정 소모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서로 연대하여 끈끈하게 결속을 다지고 서로를 이끌어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관계가 되고 싶다. 더 이상의 소모전은 그만두자.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질투의 대상이 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기에 이왕 질투하려면 정말 멋지고 잘난 대상을 질투하는 게 어떨까 살포시 다른 타깃에 관심을 돌려보기를 추천드린다. (질투도 상향 평준화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