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람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좋은 게 있으면 공유하고
내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사람 때문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난 뒤
사람이 싫어졌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고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론상으론 알겠는데
사람한테 씨게 데이고 나면
저 이론이란 게 아무 쓰잘데 없고
지금 당장 난 너무 힘든데
어쩌란 말인가?
사람이 싫어졌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만의 방법을 공유해본다.
1. sns를 끊는다.
평소에 sns로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했다면, 이러한 시기에는 sns 활동을 중단한다. 인간관계에 현타를 느끼고 사람에 대해 오만정이 떨어지면, sns 활동을 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내 마음이 힘든데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들여다 보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리워 질때쯤 다시 돌아가면 그만이다.
2. 소수의 사람들만 남기고 혼자 있는다.
가족의 경우 같이 있는 시간이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틈틈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지인일 경우에도 꼭 필요한 경우나 마음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 빼곤 교류를 자제한다.
3. 책을 읽는다.
보통 때라면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 마음이 너무 지쳐있어 인간관계 책들은 거들떠도 보기 싫다. 읽고 싶은 분야(심리, 철학, 자기계발 등)의 책들을 정처없이 읽는다.
4. 불변의 진리, 음악 들으며 산책한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우울할 때,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 땐 음악 들으며 산책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5. 강연이나 전시회 등을 찾아다닌다.
약간 힘들때 극복하는 방법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이쯤되니 내가 너무 단순한 인간인 것에 현타가 온다.
항상 너무 복잡하여 살아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6. 글을 쓴다.
지금처럼 요상하고 허접하면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한풀이st인 글들을 마구 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짓들이다. 일명 욕세이(욕 에세이)인데 가슴속 울분과 체증이 좀 가시는 것 같다.
7. 마음껏 혐오할 시간을 갖는다.
사람의 본성에 대해 공부하고 '필연적으로 그 사람은 자기 본성에 따라 행동한 것 뿐이야'라고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개같은 행동을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따위의 태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그 사람은 '아, 내가 제멋대로 굴어도 사람들은 이해하고 용서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개같이 행동했으면 사람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부턴 거죽만 사람인 짐승 취급을 하며 마음껏 혐오하자. 혐오의 눈길과 침묵은 보너스다.
8. 물건을 버린다. (사람을 버릴 순 없으니)
쓸모없고 사용한지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한다. 여백의 미가 그립다.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거나 시작할 때마다 장비병이 있어서 필요한 장비들을 최대한 갖춰놓고 시작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 덕분에 장롱 한가득 원단이 쌓이게 되었다.
물건을 사들이는 습관도 안 좋은데, 제일 안 좋은 점이 물건이 많아질수록 그 물건을 간수하고 정리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는 거다. 오래된 것들을 버려야 새 것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새 것은 안 채우려 한다. 무슨 정서적 결핍있는 사람처럼 원단을 사재끼다니 미친 것 같다. 원단 쇼핑한지는 오래됐지만 이제 책 쇼핑으로 넘어가서 책을 미친듯이 사고 있다. 나 진짜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나.
9. 값진 인생 경험했다 친다.
나의 멘탈은 왜 이리 쿠크다스인가? 좀더 강해지라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구나. 아직 더 겪어야 한다. 나는 상대가 소리 질러대는 것에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자주 겪을수록 충격이 희석되고 멘탈은 더 강해지겠지? 나는 경험치+1을 얻었고 멘탈 또한 0.000001정도 강해졌다.
이쯤해서 드는 의문 몇가지
1. 내가 좋아하는 음악, 글, 영화, 그림, 사진 등의 예술 작품들은 모두 사람이 만든 것들이다.
2. 사람이 싫다고 혼자 살 순 없다. 아마 싫어할 대상이 없으면 본인을 제일 혐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완벽하게 쓸모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람도 쓸모있는 장점 몇 가지는 가지고 있고, 단점 또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란 식으로 반면교사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 스승 아닌 사람이 없다.
세상은 모순 투성이고, 사람 또한 그렇다.
이렇게 마음껏 혐오하다가 결국 사람의 품으로 돌아가 위안을 얻는다. 결국 인간은 이런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모순을 껴안고 또 다른 모순을 만들어내는 존재. 서로를 혐오하지만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
지금의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지금 느끼는 혐오의 감정에 마음껏 취하고 홀로 있음을 즐기자. 그리고 때가 되면 빠져 나오자.
'사람'이 지겹고, 나 또한 '사람'인 것이 지긋지긋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