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올해 2월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내 자리는 인사팀에서 두 달 가까이 서류, 인적성, 면접을 무한 반복하며 사람 하나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던 자리였다. 코로나 사태로 지원자는 넘쳐나는데 기업에서는 갖은 까탈을 다 부리니 경쟁은 정말 치열했다.
서류전형을 패스하고 인적성도 통과하니 비대면 화상 면접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나왔다. 코로나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한 지 일 년이 넘었지만 화상 면접은 나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면접 준비야 뭐, 어떤 질문이든 스위치만 누르면 술술 나오게끔 완벽하게 준비했다. 이 부분은 모든 지원자가 동일할 거다. 언어로 자기 PR 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 확실한 성의를 보여야 했다.
우선 전체 화면에 어떤 물건도 잡히지 않는 밝고 넓은 뒷 배경이 필요했다. TV와 가구를 밀어내고 빈 벽을 만들었다. 화상면접에서 얼굴이 잘 나오는 카메라 높이를 검색해서 그 각도에 맞추어 테이블에 책을 쌓아놓고 노트북을 올려 두었다. 그리고 이전에 부업으로 했었던 인터넷 쇼핑몰 의류 촬영용 조명을 꺼내와 책상 앞에 설치하였다. 내 키보다 커서 한참을 애먹었다.
면접관은 나와 마주 보는 위치에서 밖에 볼 수 없으니 노트북 화면 가장자리에 외워 두었던 답변의 간단한 키워드들을 포스트잇으로 모두 붙여 두었다. 단어만 눈에 보이면 외워 둔 내용은 술술 나왔다.
비록 집에서 보는 면접이지만 메이크업, 드라이, 정장까지도 완벽하게 세팅했다. 그냥 아나운서였다 스탠바이 큐! 해서 바로 뉴스를 진행해도 손색이 없었다.
면접 직전에 지원자 전원이 대기하고 있는 채팅방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모든 지원자들의 카메라가 동시에 켜졌다.
화면 전체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두워서 얼굴이 안 보이는 지원자, 집이라 마음이 편한지 구겨진 정장 후줄근하게 입은 지원자,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연말 파티의 흔적을 아직 안 치운 건지 벽에 해피 뉴 이어 스펠링 풍선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오직 나만 뉴스데스크 화면이었다.
면접관들이 면접 도중에 뜬금없이 물었다.
"왜 지원자만 얼굴이 뽀샤시하게 나오죠?"
"면접관님들 또렷하게 잘 보이시라고 커다란 조명을 앞에 설치해두었습니다."
면접관들 모두가 호탕하게 웃었고
당연히 내가 합격했다.
조금 오버스러워도 나는 간절한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떨어지면 나와의 인연이 아닌 곳이다. 일말의 미련 없이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최선을 다해 무엇을 쟁취한 경험들이 쌓이면 간절한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