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서 헤맸던 날

눈으로 보아도 본질을 깨닫지 못하다.

by 손서율


"와.. 무슨 안개가 이래? 앞이 하나도 안 보이네"


남해 금산에 올랐을 때였다.

정상에 가까워 지자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안개를 만났다.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걸음을 떼야할 정도였다.


정상에 도착하니 사찰 하나가 나왔는데 안개가 산바람을 타고 결을 그리며 법당 위로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안개는 빠르게 흩어졌다 뭉쳐졌다 자유롭게 움직였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요상한 광경에 우린 한참 동안 법당 앞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그렇게 이상한 안갯속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다 하산했고 차창 밖으로 한참 멀어져 버린 금산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가 있던 곳은 구름 속이었다는 것을"


금산 산봉우리 주변으로 구름들이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는데, 한 시간 내내 이상한 안개를 구경하면서도 우리는 지금 구름 속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거다.


우린 그날처럼

눈으로 똑똑히 보아도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날들이 수없이 많았겠지?